이 기사는 2016년 04월 18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에도 깔끔하지 못했다. 부영그룹의 캄보디아 법인에 대한 얘기다. 거액의 자금 지원과 자산가치 상실, 그리고 최근 출자전환을 통한 부채 탕감이 이뤄졌다. 그러나 찜찜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부영그룹이 캄보디아 법인을 세운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수도 프놈펜 외곽에 수만 가구에 달하는 주택공급 목적으로 부영크메르1·2를 세웠다. 이중근 회장이 90%, 부영주택이 나머지 10% 지분을 투자했다. 설립자본금은 2300만 원으로, 지분율만큼 각각 자금을 나눠냈다.
정작 사업 자금은 모두 부영주택 주머니에서 나왔다. 부영주택은 2500억 원대 자금을 대여금 형태로 부영크메르1 법인에 제공했다. 이는 다시 부영크메르2 법인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들 법인은 설립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부채가 자산을 전액 초과하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사업 지연에 따른 누적 손실이 원인이었다. 부영주택으로부터 받아온 대여금이 자산의 전부인 상태에서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국세청은 이를 두고 올해 들어 부영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핵심은 왜 굳이 2개 법인을 만들고 깔끔하지 않은 자금흐름을 만들었는지 여부가 됐다. 부영주택에서 수천 억 원대 자금이 흘러 들었지만 장부상으로는 사라졌다. 실제 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중근 회장의 과도한 지분도 세무조사 불씨가 됐다는 평가다. 90% 지분을 확보한 사실상 개인 회사였지만 사업 자금 대부분은 부영주택 품에서 나왔다. 사업 리스크는 회사, 기회 이익은 이 회장 몫이 컸다.
최근 부영주택은 부영크메르1 법인 대여금 중 일부를 출자전환했다. 덕분에 부영크메르1은 지난해 234억 원대 순이익을 낸 동시에 자본잠식에서 단번에 벗어났다. 이 회장 지분(2.25%)은 크게 축소됐고, 부영주택 지분율은 97.75%까지 늘었다. 세무조사를 염두에 두고 단행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영크메르의 자금흐름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부영크메르1에 대한 출자전환만 단행되면서 대여금의 종착지인 부영크메르2는 자본잠식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부영크메르1만 정상화 된다고 해서 별다른 의미를 갖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출자전환은 이 회장의 부담만 덜어주게 됐다.
부영은 왜 처음부터 깔끔하지 않은 자금흐름 구조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왜 이번에도 문제를 해소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두개 법인을 합치는 해결책도 충분히 꺼내들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의구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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