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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DNA 혁신…'성장' 넘어 '진화'로 [이건희 와병 2년, 삼성의 변화]④조직문화 쇄신 시동… 창의성·유연성 강화, 초일류 글로벌 기업 지향

정호창 기자공개 2016-05-09 08:21:24

[편집자주]

오는 10일이면 삼성그룹 오너이자 최고 경영권자인 이건희 회장이 와병에 들어가 경영에서 손을 뗀 지 만 2년이 된다.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들어선 지 2주년이다. 창업 이래 최대 격변기를 맞고 있는 삼성그룹의 변화와 미래상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4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로운 경영철학과 이념으로 삼성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부친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이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선 한 차원 높은 내부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올해로 창사 78년을 맞은 삼성그룹은 2세대를 거치며 성장을 거듭했다. 이 부회장의 조부이자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초대회장은 '일등주의', '제일주의' 기치를 내걸고 삼성그룹을 국내 최고의 대기업으로 일궈냈다.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화두를 던지며 '신경영'을 선언해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같은 선대의 유산을 승계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발전과 영광을 유지·성장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안고 있다. 그는 부친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그룹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이룬 외형 성장을 넘어 내부의 본질 자체가 글로벌화된 진정한 '세계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 부회장이 지향하는 삼성은 소수 경영진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목표를 달성하는 수동적 조직이 아닌, 모든 구성원의 창의성과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와 단계를 향해 스스로 진화해가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이다.

작은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10여 년만에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해 IT업계의 강자가 된 구글 등이 그가 그리는 삼성의 미래상에 큰 영향을 줬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내부의 수직적인 조직체계가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 됐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현재의 기업문화와 조직체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의 성장과 진화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로 변모할 것이란 진단이다.

그는 삼성의 조직문화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형태로 바꿔 임직원 모두가 창의성과 유연성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제안이 자유롭게 소통될 수 있어야 '초일류 기업'으로의 진화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직문화는 그가 추구하는 '코어 경영'의 기본요건 중 하나다. 그는 삼성의 조직문화 혁신이 위로부터의 지시나 강요가 아닌 자발적 형태로 이뤄지길 원한다. 지시에 의해 바꾸려는 발상 자체가 수직적 조직문화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

대신 이 부회장은 자신부터 솔선수범해 권위주의와 수직적 문화 타파에 나서고 있다. 그는 부친을 대신해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후 제일 먼저 불필요한 의전과 허례 철폐에 나섰다. 매년 들어가는 유지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그룹의 전용기와 헬기를 외부에 매각했으며 출장시 임원들의 도열 문화 등도 없앴다. 그가 해외 출장시 수행원 없이 홀로 민간 여객기를 이용하며, 급한 출장의 경우 이코노미석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선대와 달리 경영활동과 관련된 주요 현안도 직접 챙긴다. 애플과의 분쟁을 CEO간 대화로 직접 마무리지었으며, 굵직한 인수합병(M&A) 추진시에도 협상 전면에 나서 여러 딜을 성사시켰다. 신제품 출시 전 테스트 과정에 몸소 참여해 오류를 점검하고, 경영 현안과 관련해 실무진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는 등 소통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이 같은 솔선수범은 임직원들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해 내고 있다. 그룹의 중심축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임직원 집단지성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를 통해 인사제도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온라인 대토론회를 시행했다. 총 2만 60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1200여 건의 제안을 쏟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의 '3대 컬처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지난 3월 24일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통해 대내외에 발표했다. 권위주의 문화와 사고방식, 관행을 과감히 떨쳐내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의식과 문화 혁신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조직문화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그룹 전반에 이 같은 조직문화 혁신 활동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일류 기업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한 DNA 교체 작업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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