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가능할까 정부 압박 수위 높아져...금융노조 동의 어려워 난항 예고
윤동희 기자공개 2016-05-11 09:34: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0일 1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도입 압박이 심해졌다. 구체적인 개별평가, 직무분석 등은 차후에 이뤄져도 되기 때문에 상반기 안으로 제도 도입만 결정하면 된다고 독려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이 이뤄지면 보너스가 지급되지만 지연될 수록 예산 승인 시 불이익을 주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산업노조는 여전히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금융위원회는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임종룡 위원장 주재로 제3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예금보험공사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공공기관이 대상이다.
임 위원장은 "정부는 노사가 협력해 조기에 도입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지난번 약속과 같이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라며 "반대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보수, 예산, 정원 등에 대한 불이익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금융권 성과중심 문화 확산 방안을 발표하며 조기 도입 시 3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과중심 문화 이행 수준에 따라 총 인건비 0.25% ~ 1% 인상률을 지급하고, 추가로 이달 내로 도입을 결정하면 기본월봉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행시기에 따라 경영평가 가점을 준정부기관은 1점, 기타 공공기관을 2점까지 준다.
반대로 도입이 지연되면 인건비뿐 아니라 경비예산, 자본예산 협의 시에도 모두 불이익을 주고 방만경영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자본확충 이슈가 불거진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집어 성과연봉제를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내로 도입해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자본확충 방안도 이달 내로 나올 예정이다. 때문에 정부는 상반기 안에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마무리 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거란 분석이다.
지금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금융공공기관은 9개 중에 예금보험공사가 유일하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도입을 넣고 표결에 부쳤는데 반대표가 더 많았지만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타결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정됐다.
흥미로운 점은 예금보험공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타결했지만 구체적인 평가 방법은 하반기에 교육프로그램 등과 함께 마련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성과연봉제를 일반직급에도 우선적으로 확대적용하되 직무에 따른 평가 방식 차등화 방법, 동일 부서 내 개별 직원 평가 체계 등은 시간을 갖고 노사 협의 아래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 권고가 각 기관별로 어떤 각론을 택할 지까지 관여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직무에 따라 차등평가를 할지, 직무와 무관하게 갈지는 기관의 자유"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개별평가, 성과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 있지만 이를 조금 더 확대하고 정교하게 하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제시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은 지난 2월 성과연봉 비중을 30%까지 올리고 차하위 직급(4급)에도 최고-최저 간 전체 연봉격차를 20~3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30%'와 같은 수치는 평균치로 어떻게 제도를 설계할 지도 자유이며, 성과연봉제의 제도만 설계해 놓고 평가 파트는 이후에 마련해도 무방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는 노조가 실제적으로 우려하는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시한을 급박하게 못박지 않겠다는 이야기와도 상통한다.
정부가 이처럼 최대한 금융기관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 작업은 요원하다. 대부분 외부 컨설팅업체를 섭외해 밑그림은 그리고 있지만 노조 반대로 도입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예금보험공사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소속이 아니라 이 같은 결정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9개 금융공공기관 중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가 금융노조 소속이다. 개별 협상이 불가하고 금융노조가 공동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금융노조에는 일반 시중은행도 포함돼 있어 예금보험공사와 같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과주의가 국책은행 위기의 주범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오는 11일부터는 국회 앞 천막 농성, 14일에는 금융공기업지부 합동 대의원 대회 등을 열 계획이다. 금융노조가 5월을 집중 반대의 달로 지정한 만큼 정부가 원하는 시일내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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