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 영구법인 전환]기업 구조조정 노력 수백번..'빛' 발했다①NPL전문회사 '오해'에도 묵묵히 6년...이성규 사장 CRV 꿈 이루나
윤동희 기자공개 2016-06-01 09:58:03
이 기사는 2016년 05월 30일 1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영구법인으로 전환됐다. 금융위기 당시 5년 짜리 한시법인으로 출범한 유암코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미션을 부여 받고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 됐다. 그간 단순히 부실채권 거래만 한다는 시장 오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중소규모 기업 구조조정 경험을 축적해온 결과다.유암코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을 변경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회사 존립기간을 회사성립연월일로부터 만 10년으로 한정했던 해산사유를 없애기로 한 게 골자다.
원래 유암코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의 건전성이 나빠지자 2009년 금융감독 당국 주도로 시중은행들이 균분 출자해 만든 한시적 조직이다. 존속기한은 5년으로 2014년 해산해야 했지만 5년을 더 연장했다. 2019년 10월이면 해산해야 하는 '임시 조직'이었던 셈이다. 출범당시 15명 안팎의 소수 인력으로 구성된 한시법인 유암코가 이제는 9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보유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가 됐다.
이번 유암코의 영구법인 전환은 최근 유암코가 맡은 '미션'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대신 유암코의 기능을 확대개편 한다고 밝혔다. 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유암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유암코는 기업 구조조정 전담 부서를 만들고 우리은행 출신의 기업 구조조정 베테랑 나종선 본부장을 영입했다. 금융위의 새 가이드라인 발표 후 6개월 만에 유암코는 오리엔탈정공을 인수하고 다양한 딜에 참여하는 등 비교적 신속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유암코를 확대개편하는 안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동안 유암코가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진행해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금융당국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지정은 유암코가 그간 보여준 기업 구조조정의 노력에 대한 당국의 '인정'으로 보는 게 맞다는 시각이다.
유암코 관계자는 "과거 시장에서 유암코 역할이 부각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진행했던 트랙레코드가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새롭게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시작한다고 하면 내부 직원들이 박탈감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암코는 2009년 말 설립 이후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2014년에는 부실채권(NPL) 유동화전문회사 뿐이었던 회사설립 목적에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추가했다.
유암코가 딜을 소싱하고 매각 혹은 정상화, 회생 졸업까지 딜 성공 스토리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만 2011년부터 현재까지 120건을 추릴 수 있다. 태핑 단계에서 종료됐거나 채권 상각으로 마무리 됐을 경우까지 계산하면 유암코가 수백 건에 달하는 시행착오와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지금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암코의 이 같은 행보는 회사 대표인 이성규 사장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의 틀을 만든 이헌재 사단의 핵심 실무인력이다. 당국도 이 인물을 새로운 시장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직접적인 연속성은 없지만 이성규 유암코 사장은 이제는 사라진 CRV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유암코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지정이 CRV의 부활로 해석하는 데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 이유다.
CRV는 2000년 한시법에 근거해 도입된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다.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차원에서 기획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제도와 기업구조조정증권투자회사(CRF) 제도의 장점을 모아 만든 게 CRV다. CRV는 현대카드와 다이너스클럽코리아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탓에 효용성이 낮아져 도입 6년 만에 소멸됐다.
CRV는 채권금융기관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워크아웃 기업의 채권·출자전환 주식을 한 곳으로 집중해 관리해줄 특별기구가 필요하다는 수요에 따라 만들어졌다. 유암코가 지난해 금융위로부터 '민간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업무를 부여받게 된 배경과 동일하다. 세부적인 구조는 다르지만 은행의 채권 이전가격에 대한 이견 문제나 외부 투자자 유치 문제 등 안고 있는 이슈도 비슷하다. 현재의 유암코를 CRV의 후신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사장이 꿈꿨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조합인 CRC나 CRV 등은 2009년 근거법 일몰로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CRC등은 현재의 벤처캐피탈과 사모투자펀드(PEF)의 전신이 됐지만 그간 민간 투자회사들이 기업 구조조정 영역에서 특별한 수익모델을 보여주거나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미흡했다.
지난 2월 기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기업재무안정펀드는 32개에 불과하고 총 펀드 조성규모는 4조 8722억 원이다. 이중 유암코가 관여되지 않은 펀드는 26개에 펀드 규모도 3조 원을 넘기지 못한다. 단순히 시장에만 구조조정 역할을 맡기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시장 친화적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해줄 주체가 필요했고, 꾸준한 능력검증에 유암코가 공식적인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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