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17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플은 올해 들어 잇따라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2분기 매출(423억6000만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4.6%나 줄었고, 순이익(78억 달러)도 27% 급감했다. 앞서 1분기에도 매출(506억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13년 만의 분기 매출 감소세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중국의 추격, 고가에서 중저가제품으로의 구매 트렌드변화가 스마트폰 창시자 애플의 성장을 멈춰 세웠다.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7 판매호조 덕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IM사업부문의 매출(54조1500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늘었고, 영업이익(8조2125억 원)은 49.2% 급증했다. 두 라이벌의 엇갈린 실적은 글로벌 투자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비교 조명되며 주가로도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50만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바라보고 있고, 애플은 2분기에만 주가가 약 12% 하락했다.
‘원조' 애플도 고전하는 시장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저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국내 전자산업 측면에서 보면 애플의 부진은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있다. 국내 코스닥 시장은 일부 종목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데 바로 ‘애플'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올해 초 대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계약을 맺자 OLED패널 제작에 필요한 증착장비와 유기물질, 검사장비 등 관련 중소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최근 조명 받고 있는 OLED 검사장비 업체인 영우디에스피와 오토클레이브(Auto Clave) 장비업체 예스티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은 500억~700억원 수준에 불과한데 애플용 수주금액만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소문이 흐르자 브렉시트 여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투자자들도 급격히 몰려들었다. 영우디스에스피의 주가는 연초 9000원에서 최근 2만3000원 수준으로, 예스티는 1만8000원에서 3만7000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장비 뿐 아니라 부품업체들에게도 새 시장이 열렸다. 스마트폰 기초부품인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국내 1위 사업자인 인터플렉스는 디스플레이용 FPCB 애플 메인벤더로 선정돼 내년 매출이 퀀텀 점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PCB 시장 공급과잉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왔던 인터플렉스는 모처럼 흑자전환이 유력해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의 새 동력도 돼주고 있다. 노무라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성장둔화를 3D낸드플래시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사업이 만회해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애플도 잘 됐으면 좋겠다. 애플은 성장둔화를 겪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애플 역시 중국 신흥주자들의 추격을 방어하기 위해 기술력을 겸비한 국내 전자업체들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해법이 돼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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