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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반대하던 유창근, 주인 바뀐 현대상선 '귀환' 경추위 최종 후보자로 낙점…5일 이사회 동의 구해

이효범 기자공개 2016-09-05 08:38:04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2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3월 유창근 당시 현대상선 사장(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사진)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20년 넘게 몸담았던 현대상선의 수장에 오른지 1년 만의 일이었다. 2년의 임기를 절반 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는 이석동 미주본부장에게 자리를 넘기는 대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인천항만공사 유창근 사장
업계는 그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해석했다. 시장의 수급불균형으로 현대상선의 실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선 유 사장의 전임자였던 이석희 사장과 마찬가지로 실적부진을 책임지고 대표이사 직을 내려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적자수렁에 빠졌다.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010년 6017억 원에 달했지만 2011년 3373억 원, 2012년 5198억 원으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2012년 순손실은 1조 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매출은 늘었지만 용선료와 화물비 등의 원가와 연간 1600억~1700억 원 수준의 판관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여기에 금융비용과 외화자산 및 부채와 관련된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면서 순손실이 급증했다.

미국 경기 회복세 둔화, 유로존 경제 위기 등으로 물동량이 충분치 않았다. 더욱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증가로 인한 공급 과잉, 이란 제재와 리비아 사태 등으로 유가가 급등해 비용부담이 커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했다.

현대상선은 해운동맹을 활용한 노선 합리화, 지속적인 운임회복 노력, 대형선 인도를 통해 비용 감축에 나섰지만 2013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더해 해운시장에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추가로 인도되면서 수급불균형이 더욱 심해졌다. 이 때문에 운임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 사장 역시 해운시황 악화라는 파고 앞에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수년간 매출 감소세가 이어져 그가 재임했던 2013년 매출액은 7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고정비를 부담하지 못해 원가율이 100%를 웃도는 상태가 지속됐다. 전년 대비 영업손실 폭을 줄이긴 했지만 3년째 적자가 이어졌다.

그는 대표이사로 선임된지 1년 만에 사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 사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한 이유를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 사장이 임기를 남기고 사임한 게 꼭 실적 부진의 책임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상선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유 사장 시절 수년간 적자를 탈피하기 위한 복수의 업체에게 컨설팅을 받았다. 잇단 대표이사 교체에도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고육지책으로 꺼낸 카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 사장이 이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게 화근이 됐다는 해석이다. 해운업황을 고려하지 않은 컨설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는 경영진들과의 갈등으로 번졌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2012년과 2013년에는 현대상선의 사외인사가 경영에 개입한게 아니냐는 '그림자 실세' 의혹이 있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은 컨설팅을 받았지만 해운시황 악화의 파고를 넘진 못했다.

현대상선 CI

유 사장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이하 경추위)의 추천으로 주인이 바뀐 현대상선에 복귀를 앞두고 있다. 현대상선 내부적으로도 신임 대표이사의 적임자로 유 사장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앞서 현대상선의 전현직 임원 중에서는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외 전문가까지 범위를 넓혀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임원들은 현대상선의 사정에 정통하고 해운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지만, 결국 채권단 관리까지 이어진 경영 악화의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추위는 그러나 국내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에 더욱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1953년 생인 유 사장은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컨테이너 사업본부장과 해영선박 대표이사를 거쳤다. 2013년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14년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이직했다.

유 사장은 해운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컨테이너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채권단은 유 사장이 현재 재직중인 인천항만공사에서 물동량 증대 노력을 통한 실적 개선 등의 성과를 높이 샀다. 현대상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경영정상화 추진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오는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9월 20일 임시 주주총회에 추천할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부의한다. 이어 20일에는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주주들의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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