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러시아 가전 1위…'국민브랜드' 도약 비결은 루자 공장 가동 10주년…철저한 현지화, 사회공헌 앞장
모스크바(러시아)=정호창 기자공개 2016-09-08 11:52:16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8일 11: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하루 종일 쏟아지던 지난 5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86km 떨어진 루자 지역에 위치한 LG전자 러시아 생산법인을 찾았다.50만㎡에 달하는 방대한 공장의 콘트롤타워인 사무동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곳곳에 장식된 빨간 풍선이었다. 루자공장이 준공돼 가동에 들어간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기에 공장 직원들이 자축의 의미로 달아 둔 풍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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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러시아와 정식 수교를 맺기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전신인 금성사의 '골드스타' 브랜드로 가전제품을 수출하며 러시아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양국이 정식 수교를 맺은 1990년 모스크바 지사를 설립하며 본격 진출했고 2004년 말 법인을 설립해 2006년 9월 루자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LG전자는 러시아에 생산 사업장을 보유한 첫 번째 한국 전자기업이란 기록을 갖게 됐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총 4억 달러에 달하며 지난 10년간 TV와 모니터 2000만 대, 세탁기 800만 대, 냉장고 450만 대를 현지 생산했다.
현재 생산직 1200명, 영업직 400명 등 총 1600여명의 현지인이 LG전자 러시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에 동반 진출한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할 경우 4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TV와 모니터 420만 대, 냉장고 72만 대, 세탁기 140만 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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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생산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러시아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고, 자신의 직업과 사업장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 보였다. 루자공장 근로자들의 급여 수준이 러시아 노동자 평균치보다 높은데다, 근무환경도 업계 최고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이동하거나 위치를 바꾸는 등 많은 힘이 필요한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 설비가 돼 있다. 근로자는 자신이 맡은 부품의 조립이나 검수, 포장 등 기계보다 사람의 손이 필요하고 능숙한 작업만 담당하고 있다.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공장답게 사업장 전체가 먼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각 생산라인마다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좌석과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근로자들의 시력 보호를 위해 생산라인의 모든 조명은 빛의 스펙트럼이 태양과 가장 가까워 눈이 편안한 플라즈마조명(PLS)과 LED로 설치돼 있다. 생산동 옆에는 직원 식당과 의료시설, 피트니스센터, 문화교육시설 등이 위치한 4200㎡ 규모의 복지관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요리, 음악, 스포츠 등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위탁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송 법인장은 "루자공장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설립하는 인건비 절감형 사업장이 아니라 러시아와 CIS 시장을 위해 설립한 현지화 사업장이기에 LG그룹 경영이념에 따라 직원들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고 있다"며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러시아 고객들의 마음을 얻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근무환경 개선에 힘을 쏟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선 집중력이 높고 성실한 특성을 갖고 있어 루자공장의 생산성은 LG전자 해외 사업장 중 상위권에 속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송 법인장이 LG전자 러시아법인 운영책임을 맡은 후 특히 많은 신경을 기울인 분야는 사회공헌활동(CSR)이다. 그는 "러시아 사회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현지화를 이뤄야 생산성과 시장 지위 향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러시아법인은 혈액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현지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헌혈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버스와 열차, 배, 비행기를 동원해 전국을 누비며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녹였다. 현재까지 캠페인 참여 인원은 8000여명에 달하고 모은 혈액의 양은 4톤에 이른다.
최근엔 뇌암 등 뇌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 지원을 위해 하벤스키 재단에 후원금을 기부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미래에 잠재고객이 될 러시아 청소년들을 위해 장학퀴즈, 바둑대회, 사생대회 등을 열고 유명 가수를 초청한 콘서트도 개최해 LG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LG전자는 러시아에서 국민브랜드 지위에 올라있다. 2001년 청소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에어컨, 모니터, 오디오, 전자레인지 등 총 5개 제품이 '러시아 국민브랜드'에 선정됐다. '러시아 국민브랜드'는 15만 명의 소비자 평가를 토대로 선정하는 러시아 최고 권위의 브랜드 어워드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LG전자의 비보조인지도는 99.3%로 나타났다. 이는 "가전제품 중 어떤 브랜드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러시아 소비자 99.3%가 LG전자를 떠올린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 4500만 가구 중 절반 가량이 LG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법인장은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인만큼 인내와 열정을 갖고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며 "최고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실천해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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