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비조선 사업대표의 과제 '독자경영 구축' 분사 시스템 마련 필요…조선 의존도 낮추기 방점
강철 기자공개 2016-10-20 08:17:51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9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새롭게 비조선 사업본부 대표에 오른 경영진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이 경영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비조선 사업의 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권오갑 사장, 가삼현 부사장을 포함해 총 7명의 임원이 승진했고 강환구 사장(현대중공업 조선 사업대표), 한영석 사장(현대미포조선 대표), 이균재 전무(현대E&T 대표) 등은 새로운 보직을 부여받았다.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부회장(그룹 경영 총괄), 강환구 사장(생산·설계), 가삼현 사장(선박영업) 등 핵심 경영진 산하에 조선, 해양, 플랜트,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 로봇, 서비스 등 9개 부문의 사업대표 체제를 새로이 구축했다.
엔진기계, 건설장비, 로봇, 서비스 등 4곳의 비조선 사업본부가 새로운 임원을 사업대표로 발탁했다. △장기돈 전무가 엔진기계를 △공기영 전무가 건설장비를 △윤중근 전무가 로봇을 △안광헌 전무가 서비스를 각각 총괄한다. 4곳 모두 전무급 임원이 사업대표에 오른 게 특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등장한 경영진이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단행해 부실을 제거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며 "금번 세대교체 인사로 새롭게 발탁된 임원들은 밑그림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조선 사업본부를 총괄할 사업대표들의 핵심 역할은 '독립 경영체제 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중장기 전략 및 현재 이행 중인 경영 개선 계획에 맞춰 언제든지 분사를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엔진기계 등 비조선 사업본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분사 후 경영권과 무관한 지분을 매각해 손익 및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분사 후 지분 매각, 계열사 재편 등을 통해 2018년까지 1조 1200억 원의 손익을 개선할 방침이다.
윤중근 전무, 안광헌 전무가 맡은 로봇 사업본부, 서비스 사업본부는 현재 분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로봇 사업본부는 지난 7월 현대커민스엔진 공장이 위치한 대구시 달성군 자유경제구역을 새로운 거점으로 확정했다. 지난달에는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분사 설명회'를 가졌다.
그룹 조선사들이 선박 AS(After Service) 조직을 통합한 서비스 사업본부도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펌프·압축기 사업이 지난 3월 현대중공업터보기계로 독립했고, 각 사업본부가 운영하던 설비지원 부문이 합쳐진 현대중공업모스는 7월 출범했다. 태양광, 풍력, 전력저장장치 부문이 속한 그린 사업본부는 8월 분사 설명회를 열었다.
현대중공업은 분사를 통해 개별 사업부의 경쟁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소외됐던 사업들이 독자 경영 체제를 갖출 시 △사업별 특성에 맞는 시스템 구축 △획기적인 원가 절감 등의 효과가 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각 비조선 사업대표들이 △분사 후 고용 안정 △급여 체계 개편 △직무 세분화 등을 중점 추진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업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해양이 큰 수익을 가져다주던 과거에는 비조선 사업들이 현대중공업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시너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개별 사업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립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궁극적으로 조선·해양이 비조선 사업을 먹여살리는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독립을 할 경우 급여 및 복리후생이 현대중공업 조선 부문이 아닌 외부 경쟁사들에 맞춰지기 때문에 직원들 입장에서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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