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신규 대주주 들어오나 KCC, 8.9% 우호지분 일부 처분 만지작…지배구조 영향 미미
길진홍 기자공개 2016-10-27 08:16:5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26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한 자금조달을 추진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주식이 대규모로 시장에 풀릴 경우 경영권 방어의 버팀목이 돼 준 우호지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는 직접금융시장에서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조달 규모는 8000억 원으로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의 8.97%의 3분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삼성물산 지분 약 3%가 기관투자가 등으로 넘어간다. KCC는 만기 시 삼성물산 주식으로 교환이 가능한 사채를 발행하거나, 시간외 대량매매의 블록딜 방식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방안을 저울질 하고 있다.
KCC 측은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두고 자금 모집을 검토 중이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KCC가 이처럼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풍부한 유동성과 50% 수준의 부채비율 등을 생각할 때 신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KCC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삼성물산 주주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범 현대가인 KCC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백기사로 등장해 삼성물산 지분을 늘려왔다.
|
지난 2011년 삼성카드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7739억 원(주당 182만 원)에 인수해 삼성그룹 핵심 지분 이탈을 막았다. 지난해에는 삼성물산 자기주식 5.76%를 6742억 원(주당 7만 5000원)에 추가로 매입해 에버랜드를 흡수한 제일모직과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의 공세를 막아냈다.
두 차례 잇단 대규모 주식매입으로 삼성물산 지분율은 8.97%로 치솟았다. 단일주주 가운데 이 회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장부상 기재된 취득원가는 1조 811억 원으로 평가차익이 1조 8700억 원에 달한다. 전략적 차원에서 지분 취득이 대규모 이득이 돼서 돌아온 셈이다.
그 동안 시장에서는 KCC의 삼성물산 지분 활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그룹 지배 정점인 삼성물산 주주구성 변화를 수반하는 지분 매각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KCC가 삼성물산 주식을 활용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예측이 빗나갔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약 3%의 지분이 투자자 수중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그룹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의 새로운 대주주 등장을 의미한다. 지분율이 5% 아래에 그치지만 신규 대주주는 잠재적인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외부에 드러나지 않지만 5%에 근접하는 대규모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주식 취득이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 등 헤지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최근 엘리엇으로부터 주주제안을 받았다. 그룹 지주사 기능을 하는 삼성물산 지위를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미 제일모직과 합병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3% 안팎의 지분 매각은 삼성물산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17.08%의 삼성물산 지분을 현재 보유 중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부진·이서현 등의 지분을 더하면 30.86%이다.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해 40%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다. 계열사 간 분할과 합병 등의 이뤄질 경우 지분율은 더욱 상승한다. 오너일가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백기사 성격의 우호지분의 의미가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또 KCC가 보유 지분 전량을 일시에 처분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역시 이번 거래에 대해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각은 KCC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