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03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율적 정책집행을 위한 내부인사 위주 지배구조로 제3자에 의한 견제가 부족했다.' 지난달 31일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은 혁신안을 발표하며 작금의 사태가 잘못된 지배구조 관행 답보라고 밝혔다.

이어 제3자에 의한 견제가 가능한 지배구조안 '± 1 방안(상임이사 1명 감축, 사외이사 1명 충원)'을 혁신안의 하나로 내놓았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혁신안이 온전히 이행되기 위해선 2018년 7월, 지금부터 1년 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집행 기간을 줄이려는 순수한 의도가 문제가 됐다는 반성이 무색할 정도로 혁신안 이행은 느긋하기 짝이 없다.

◇상임이사 1명 감축, 2018년 7월부터 가능

수은 혁신안 중 핵심은 지배구조 혁신이다. 수은은 내부인사만으로 이사회 의결이 불가능한 구조를 짠다는 계획이다.

현행 수은 이사회 멤버는 은행장, 전무이사, 상임이사 2명, 비상임이사(사외이사) 2명 등 총 6명이다. 수은 최상위 의결기구인 이사회 의장은 은행장이 맡고 있다. 은행장은 의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 소집이 가능하고, 이사회 의결은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열린다. 출석 구성원의 3분 2 이상의 찬성시 이사회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수은의 반성처럼 현재 이사회는 사외이사 없이도 이사회를 열 수 있고, 사외이사 2명 전원이 참석해 반대표를 던져도 이사회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다.

수은은 혁신안에서는 사외이사를 한명 늘리는 대신 상임이사를 한명 줄이는 '± 1 방안'을 내놓았다. 혁신안이 이행되면 은행장, 전무이사, 상임이사 등 내부인사 3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 멤버가 구성된다. 사외이사가 빠져서는 이사회 자체가 열릴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혁신안의 완성 시기다. 수출입은행법(이하 수은법)에 따라 수은은 은행장 1명, 전무이사 1명, 5명 이내의 이사(상임이사+사외이사), 감사 1명을 둘 수 있다.

현재 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등 이사가 4명으로, 혁신안에서 밝힌 사외이사 1명 충원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 전무이사와 이사는 은행장의 제청에 의해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면하기 때문에 시기 조율이 필요하다. 수은도 이를 감안해 사외이사 1명 충원 시기를 내년도 중으로 잡고 있다.

여기까지는 어느정도 시장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상임이사 1명 감축 시기가 2018년 7월, 지금부터 1년 8개월 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은 혁신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수은은 상임이사 1명 감축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는 수은법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은법 제12조에서 임원 임기 3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3년 임기만료 전까지는 감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수은의 상임이사 2명은 최성환 부행장과 김성택 부행장이다. 모두 지난 2015년 7월 선임됐고 임기만료는 2018년 6월 말까지다. 중간에 결원이 생겨도 수은법상 상임이사를 새로 임명해야 하고, 신임 상임이사 임기는 2018년 6월 말까지다.

◇'2/3 찬성시 의결'도 불참시 허점

수은은 상임이사 1명 감축이 늦어져도 사외이사만 1명 늘어나면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혁신안이 완성되는 과도기에 이사회 멤버는 총 7명(은행장 1명, 전무이사 1명, 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사외이사 전원이 반대할 경우 안건 통과가 안된다고 말한다. 즉 7명의 이사 중 사외이사 3명이 전부 반대표를 던지면 안건 통과 기준 4.7명 이상 찬성(7명*2/3)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점도 있다. 사외이사 1명이 불참할 경우다. 7명의 이사회 멤버 중 사외이사 1명이 불참하고 나머지 사외이사 2명이 반대표를 던져도 사내이사 4명이 찬성하면 안건 통과 기준 4명 이상 찬성(6명*2/3) 요건을 갖추게 된다.


너무 비약이란 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한해 수은은 총 16차례의 이사회를 열었고, 이중 3회차·14회차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1명이 불참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