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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그룹 지주사 전환 후 남는 의문 [thebell note]

장소희 기자공개 2016-12-05 08:01:49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2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한 해도 찬바람을 피하기 어려웠던 IT업계에서 유일하게 훈풍 불었던 곳이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발 수주로 시작해 중국에서까지 수주 쾌거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그 주인공이다. 불과 3~4년 전 시작된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이제는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로 이어지면서 기존의 두 배, 세 배 이익을 내는 업체들이 나타났다.

사업에선 큰 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 했지만 이 업체들에겐 남 모를 고민이 있었다. 창업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적게는 한자릿 수에 그칠 정도로 지배력이 취약했던 것. 지분이나 지배력 관리보단 시장 개화시기에 맞춰 제품을 내놓는데만 열중했던 탓이다. 사업이 성장하는 사이 취약한 지배력을 틈타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외부세력까지 나타나자 오너들은 진지하게 경영권을 지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원익그룹도 이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던 대표적인 곳이다.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은 반도체 장비 계열사 원익IPS를 통해 사세를 급격히 키웠지만 불안하기만 했던 지배구조를 정비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원익IPS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해 원익홀딩스를 신설하는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후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던 원익IPS와 테라세미콘 간의 합병이 무산되기도 했지만 시간 여유가 있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다만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옥상옥 지배구조'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지주사가 된 원익홀딩스 위에는 이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원익이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하며 불완전한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 양쪽 모두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명분을 벗어나 오너 개인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공고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향후 경영권 승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 회장은 올해 63세로 아직 경영에 한창이지만 이용성 원익투자파트너스 대표 등 형제들을 제외하면 경영에 참여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족이 없어 후계구도가 베일에 싸여있다. 지주사 전환이나 옥상옥 지배구조가 이 회장 일가의 승계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묘수가 될 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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