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05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탁재산 수탁고는 지난해 7월 말 7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728조 2631억 원에 이른다. 외형만 보면 펀드(공모펀드 순자산 약 450조 원)를 넘어선다. 그렇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종합자산관리와는 거리가 멀다.

전체 신탁 수탁고 구성을 보면 금전신탁이 53%(383조 원)로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재산신탁은 47%(344조 원)다. 금전과 재산을 모두 수탁하는 종합재산신탁은 2070억 원에 불과하다.

금전신탁은 대부분 자산이 단기 자산이다. 각각 금전신탁의 21%를 차지하는 채권형 신탁과 정기예금형 신탁은 기업어음(CP) 등 유동성자산과 은행 예금을 신탁이라는 투자수단에 담았을 뿐이다. 금전신탁의 19%를 차지하는 수시입출금식 특정금전신탁(MMT)은 대기성 자금을 담아두는 그릇에 불과하다. 금전신탁에서 가장 비중이 큰 퇴직연금 신탁(23%)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강제 적립 자금이다. 재산신탁은 단순 수탁 역할에 그치고 있다. 재산신탁은 담보신탁 등 부동산신탁이 55%, 금전채권신탁이 44%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관리신탁이나 처분신탁의 비중은 각각 3%, 2%에 불과하다(아래 '금전신탁 구성-재산신탁 구성' 참고).

* 자료 = 금융투자협회

전업 부동산신탁회사의 고유 영역인 토지신탁을 제외하면, 겸영 신탁회사의 역할은 기존 단기 금융상품을 결합해서 관리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보험금청구권이나 연금수급권은 신탁을 통한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에 대한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근퇴법 제7조). 보험금청구권의 경우 금융당국에서는 금전채권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신탁에 관한 주무부서인 법무부가 보험금청구권의 양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은 현금 및 예금, 보험 및 연금준비금,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순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 50%를 넘었던 현금 및 예금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로 전환돼 2015년 말 기준 43%로 떨어졌다. 주식과 펀드 등의 금융투자 자산은 20%로 줄었다. 이에 비해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 등으로 인해 보험 및 연금자산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31%로 증가했다(아래 '가계의 금융자산 추이' 참고).

* 자료 =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신탁업 개선 TFT의 목표 중의 하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신탁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신탁업 개선 TFT에서 보험금청구권신탁의 필요성은 논의됐지만 퇴직연금 수급권 양도금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퇴직연금 관리감독의 주무부서가 고용노동부인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차원에서의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서의 신탁의 역할을 확대하려면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의 수급권과 보험금청구권 양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