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동서발전, 수수료·밸류 과욕…외국계 외면 '자충수' 수수료 덤핑 일상화, 밸류 협상 여지 없어…해외 투자자 모집 불가
이길용 기자공개 2017-01-06 08:06:08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5일 08: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남동·동서발전 기업공개(IPO)는 2017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딜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IB는 철저하게 이들을 외면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지나치게 박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밸류에이션 관련내용도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 발전 공기업 딜의 특성상 외국계 증권사가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결국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은 배당주를 선호하는 해외 투자자 없이 오로지 국내 수요로만 딜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스스로 자초하게 됐다.동서발전은 지난 3일 국내외 증권사들로부터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6곳의 증권사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제안서를 제출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발전 대표 주관사는 국내 1곳, 공동 주관사는 국내외 증권사 각각 1곳씩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국내 증권사들로만 딜을 진행해야 할 처지다.
동서발전 이전에 딜을 진행한 남동발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동발전은 국내 15곳, 외국계 5개 증권사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는데 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외국계 중에서는 HSBC가 유일했다. 공기업 딜 특성상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결국 유찰됐다. 결국 남동발전도 외국계 주관사를 뽑지 못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외면은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딜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먼저 수수료가 박해 덤핑을 할 수 없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발전 공기업 딜에 참여할 수조차 없었다. 남동발전에서 주관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20bp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발전은 아직 주관사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주 인력 제공과 제반 비용들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은 사실상 손해를 보고 딜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국계 증권사는 최소 70bp 이상은 받아야 손익분기점에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밸류에이션에서 협상의 여지조차 없다는 것도 문제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은 수수료와 밸류에이션을 오직 대표 주관사가 제시한 수치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 공동 주관사밖에 될 수 없는 외국계 증권사는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밸류에이션과 관련해 어떠한 의견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국내 증권사 한 곳이 수수료와 밸류에이션을 높게 베팅해 대표 주관사에 뽑힌다면 외국계 주관사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남동발전 공동 주관사로 선정됐지만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제시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공동 주관사 지위를 포기했다.
물론 동서발전 대표 주관사를 따내기 위한 변명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이 많은 밸류에이션을 딜을 시작하기 전부터 정해놓는다는 것은 자본시장의 논리를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발전 공기업들이 수수료는 싸게, 가격은 비싸게 받겠다는 과욕을 부리면서 외국계 증권사는 모두 남동·동서발전을 외면했다. 이들은 해외 투자자 없이 국내 수요만 기대어 IPO 딜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자초했다. 돈 몇 푼을 아끼겠다고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게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공기업 딜에서 중요한 수요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에 대해 세세한 사항까지 알기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들은 국가가 운영하면서 배당을 확실하게 줄 수 있는 기업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과 달리 AA급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공기업들에 대한 안정성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외국계 주관사를 제외하고 남동·동서발전이 딜을 진행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 투자자들 대응을 외국계 주관사에서 총대를 메고 해야 하는데 그럴 역할을 할 수 있는 주관사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 일부가 싱가포르와 홍콩에 지사를 두고 일부 수요를 받지만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투자설명서(Offering Circular·OC)를 만들어 해외 투자자들에게 배포해야 하는데 수수료가 박한 상황에서 설명서를 국내 증권사들이 따로 만들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국내 IPO에서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주관사들이 쓰지만 해외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경우에는 OC를 법률자문사에서 쓴다. 주관사가 직접 쓰는 것과 법률자문사가 쓰는 경우에 비용 차이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남동·동서발전 딜이 현재 결정된 것과 그대로 진행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OC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동·동서발전 IPO 딜이 나왔을 때 외국계 증권사들도 빅딜 등장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며 "기존 공기업 딜과 마찬가지로 수수료와 밸류에이션 위주로 딜을 진행하다보니 대부분 관심을 접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