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애널만 부른 비밀스런 IR' 왜?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1시간 가량 진행, 구한서 사장 참석…"원론적 얘기만"
안경주 기자공개 2017-01-10 09:47:1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9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사건으로 뜨거운 이슈가 된 동양생명보험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만을 상대로 비밀스럽게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국내외 IR을 개최할 때 공시를 통해 일정과 내용을 알렸지만 이번 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한 IR에선 이 같은 절차를 배제하고 담당 애널리스트만 불러 신속하게 끝냈다.업계 일각에선 전체 육류담보대출 규모가 다른 피해 금융회사와 비교해 많은데다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양생명이 공개적으로 IR을 하거나 최소한 논의된 내용을 나중에라도 공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3일 오후 5시경 증권사 동양생명 담당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서울 청진동 그랑서울빌딩 동양생명 대회의실에서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동양생명은 이 자리에서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의 발생 개요 등과 향후 대처 방안 등을 설명했다.
IR에 참석한 한 애널리스트는 "(IR에서) 담보물 전수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나왔다"며 "최악의 상황(연체된 육류담보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해 대손충당금을 쌓더라도 지급여력(RBC)비율에 문제가 없고, 추가 유상증자도 필요없다는 설명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IR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10여명이 참석해 1시간 남짓 진행됐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이 5분 가량 참석했지만 주로 김만기 동양생명 경영전략본부장이 IR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양생명 내 IR업무는 안방보험그룹 출신 리수(Li, Shu) 상무가 담당이지만 의사소통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의 이번 IR은 이례적이다. 정보를 제공하는데 인색했던 동양생명이 먼저 IR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현안과 관련한 궁금증 해소를 위해 경영진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IR 전후로 일정과 내용에 대한 공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구 사장까지 참석할 정도로 경영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정이었지만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알 수 없었다. IR에서 전달된 내용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IR 일정과 내용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할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실적발표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안내공시'를 해왔다. 지난해 11월10일 국내외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경영실적 발표회'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IR 일정·내용과 같은 안내공시는 되도록 투자자들에게 알리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적인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IR에서 유의미한 정보가 나왔는지 여부를 떠나 동양생명의 최대 이슈인 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한 정보가 자칫 투자자들 사이에 차별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 설명하는 회사측의 뉘앙스를 통해 향후 계획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보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애널리스트들에게 전달된 정보도 미약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종합하면, 동양생명은 IR에서도 기존 공시를 통해 밝힌 육류담보대출의 익스포저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은 2012~2013년께 육류담보대출 투자금액이 늘어났고, 이전까지 상당히 수익성이 좋은 자산이었다고 설명했다"며 "전수조사가 마무리 안된 상황에서 담보물의 가치, 피해 예상규모 등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동양생명은 이날 다른 피해 금융사와의 법적소송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법적인 자문을 구한 결과, 창고 보관증을 토대로 날짜가 우선 등록된 곳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전수조사에 2~3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Company & IB]SK·LG 이은 '빅 이슈어' 한화, KB증권으로 파트너십 '이동'
- 우리금융, CEO 장기 승계 프로그램 가동…후보군 면면은
- 최규옥 전 오스템 회장, 주성엔지 투자 방침 '유지'
- [한미 오너가 분쟁]'직접 소통' 약속 지킨 신동국, 소액주주연대 '지지 공식화' 화답
- [SK스퀘어 밸류업 구상 점검]인크로스, 'T딜+AI' 신성장동력 확보 속도
- [저축은행경영분석]NH저축은행, 흑자전환 지속 가운데 건전성 관리 과제
- [저축은행경영분석]KB저축은행, 연체율 8.8%…건전성 개선 고삐 쥔다
- [여전사경영분석]BNK캐피탈, 대손비용 절감 '효과' 실적 방어
- [글로벌 파이낸스 2024]"철저한 현지화 통해 NPL 선두주자 될 것"
- [글로벌 파이낸스 2024]웰컴금융 베트남법인, NPL 시장 '선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