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10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에 영향을 준 국가는 크게 영국과 일본이다. 이번에 발표된 스튜어드십코드 7가지 원칙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시작은 영국을, 끝은 일본을 따왔다'고 말할 정도다. 향후 스튜어드십코드를 안착시켜가려면 우리보다 앞서 도입한 영국, 일본 사례를 통해 중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영국, 준공적기관 주도로 진행…꾸준한 점검, 공동참여로 지원

영국은 스튜어드십코드의 선구자로 불린다. 영국은 2010년 회사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준(準) 공적기관 주도로 스튜어드십코드를 제정했다. 영국 내 상장사들의 소유구조가 개인에서 기관투자자 위주로 바뀌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또한 영국과 비슷한 배경 하에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까지 257개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준수 단계 중 최고수준인 티어1(Tier1)을 달성한 기관투자자 비율은 50%대에 그치고 있지만 참여 기관들이 늘어나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영국은 꾸준히 이행상황을 점검하면서 스튜어드십코드를 안착시켜갔다. 재무보고위원회(FRC)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상황을 3단계로 나눠 발표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특징이 'Comply or Explain(원칙준수, 예외설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객관적인 점검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공동참여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개별 기관투자자들은 회사에 대한 지분이 적더라도 협업을 통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필요시 다른 기관투자자와 공동으로 행동할 의지를 갖고 있어야한다'는 원칙을 통해 공동참여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의 반발로 인해 검토 과정에서 제외됐다.

김형석 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의 경우 영국과 같은 목적에서 출발했으나 기업들의 반발,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제외됐다"며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 방안을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안착시켜갈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주도하 강력한 진행…여러가지 유인책 마련

일본은 우리나라와 기업문화가 유사한 나라다. 이번에 제정된 스튜어드십코드 원칙 중 '기관투자자의 전문성 확보'는 일본 스튜어드십코드 원칙을 따오기도 했다. 폐쇄적인 기업문화를 고려한 결과다.

그럼에도 일본은 스튜어드십코드가 빠른 시일내에 안착해간 곳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2014년에 127개를 시작으로 2016년 9월에는 213개의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 경제의 중흥을 목표로 정부의 주도 아래 추진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는 동시에 위탁 운용사들을 평가할 때 스튜어드십코드를 수행한 운용사들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했다.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한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완책도 동시에 내놨다. 일본공적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이 정부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전부 외부에 위탁했다. 사학연금 등 우리나라 몇몇 연기금들도 외부 기관들과 계약을 맺어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주도로 이뤄지면서 강제성이 떨어진데다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할만한 유인책이 없는 상황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독려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성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 성공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의 관여활동 중 경영참여로 볼 수 없는 활동에 대해 공시의무를 완화하는 등 유인책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