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넥타이'로 예고, 밝은 표정에 이광구 '연임' 직감 [우리은행 차기 리더는]2차 면접부터 이사회까지…플라자호텔 22층서 결정
정용환 기자/ 안경주 기자공개 2017-01-26 08:14:32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5일 1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오전 11시 15분 경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면접장에서 걸어나왔다. 밝은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이 행장에 이어 면접장에 들어간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이 11시 50분 경, 다른 후보자들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에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미 결과는 예측 가능했다.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자 2차 면접은 서울 플라자호텔 22층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됐다. 김승규 전 우리은행 경영총괄 부사장이 첫 주자였다. 김 전 부사장은 9시 30분에 면접장에 들어갔다가 10시 20분에 면접장 문을 열고 나왔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들과 50분에 걸쳐 면접을 진행한 김 전 부사장은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행장이 김 전 부사장에 이어 면접장에 들어간 시각은 10시 30분이다. 45분만인 11시 15분 밝은 표정으로 면접장 문을 열고 나온 이 행장의 목에는 붉은 넥타이가 매여있었다. 다른 두 후보자들이 우리은행을 상징하는 파란 넥타이를 맨 것과 대조적이다. 이 행장은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붉은 넥타이를 즐겨찾는다.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 취임식 때도 붉은 넥타이를 맸고 지난해 3월 첫 주주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2차 면접의 마지막 주자는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이었다. 이 그룹장은 11시 20분에 면접장에 들어가 11시 50분에 나왔다. 앞선 김 전 부사장, 이 행장과 비교하면 현저히 짧은 시간만에 끝난 면접이었다. 이 그룹장이 면접을 너무 잘 봤거나 아니면 면접관들의 마음이 앞선 후보들 중 한 명에게 어느정도 기울어져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임추위원들은 약 한 시간동안 식사를 마친 뒤 오후 1시경 본격적인 행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재개했다. 본래 회의는 오후 2시 경 끝날 것으로 예정돼있었다. 오후 2시가 되고 정수경 상임감사위원, 최광우 비상임이사 등 다른 이사회 멤버들이 하나 둘 도착한 뒤에도 임추위는 끝날 줄 몰랐다. 임추위원들이 서로 의견을 합치는데 필요로 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오후 2시 25분, 임추위에서 우리은행 이사회 사무국장을 호출했다. 이어 33분 이 행장이 임추위 회의실에 들어갔다. 40분께 임추위가 종료됐고 회의장에서 나온 한 사외이사는 기자에게 이광구 행장이 연임하게 됐음을 알렸다. 붉은 넥타이를 맨 채 밝은 표정으로 면접장을 나선 이 행장이 결국 연임에 성공했단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진 순간이다.
임추위가 종료되자마자 시작된 이사회는 이광구 행장, 정수경 상임감사위원, 최광우 비상임이사를 비롯해 노성태 전 한화생명 연구원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상용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전지평 푸푸다오허(FUPU DAOHE)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 등 5명의 사외이사들까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후 3시 15분 이사회도 끝났다. 회의장에서 나온 이 행장은 "축하드린다"는 기자의 말에 "여기까지 나와 계시나.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답하며 서둘러 기자간담회 장소로 이동했다. 노성태 이사회 의장은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 논의를 하다보니 예정보다 늦어졌다"며 "실적, 경력, 추진력, 비전 등을 모두 감안해 이 행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해 만장일치로 이 행장 연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가 의결한 이 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행장의 임기를 통상 3년으로 결정해왔던 관례를 굳이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신상훈 이사는 "이사회 합의사항"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행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임기는 민영화된 은행에서는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잘하면 4년도 되고 6년도 되고, 못하면 6개월만에 그만두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행장으로서의 새 출발이 결정된 이날, 이 행장은 임추위에 이어 기자들 앞에도 붉은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 행장은 "과점주주들에 의한 집단경영이라는 새로운 지배구조의 시험대에서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돼 감사의 마음과 더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변화를 발전의 기회로 삼아 더 새로운 은행, 더 강한 은행을 만들어 주주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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