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4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인터플렉스와 비에이치(BH) 투자자들은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년 새 급등한 주가 때문이다. BH 주가는 1년 전 5000 원에서 최근 2만 원으로 4배, 인터플렉스는 1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으로 3배가 됐다.예측치 못했던 '애플 수주'가 배경이다. 애플은 올해부터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하고, 이 패널에 필요한 디스플레이용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국내 인터플렉스, BH, 삼성전기 등 3개사로부터 조달받기로 했다. FPCB는 사람의 몸으로 치면 혈관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전자기기의 각종 부품이 상호 연동하도록 연결시킨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다. 애플은 왜 기존 충성스러운 협력사를 배제하고 국산 FPCB만 채용했을까. 애플은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만든 선구자다. 협력사들도 일류였다. 디스플레이용 FPCB는 초창기부터 전통 협력사인 일본 멕트론이 전담했다. 멕트론은 FPCB 글로벌 1위로 평가받았던 업체다.
하지만 애플이 디스플레이 전략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바꾸자 멕트론은 설자리를 잃었다. 애플은 동반자 멕트론에게도 OLED패널에 맞는 디스플레이용 FPCB 공급을 요청했다. 멕트론은 고심하다 스스로 포기했다. 애플 요구를 도저히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원하는 디스플레이용 FCPB는 ‘경박단소'의 결정판이다. 차지하는 공간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처리할 수 있는 정보는 훨씬 많아야 한다.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층을 높이 쌓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애플은 아이폰을 테두리가 휘어지는 엣지 형태로 설계했기 때문에 휘는 특성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업계는 이 FPCB를 '리지드 플렉서블(Rigid Flexible. RF) PCB'라 부른다. 휘지 않는 부분(Rigid)을 통해 정보처리용 층을 쌓으면서도 구부려지는(Flexible) 부분으로 디스플레이 곡면에 맞게 모양을 맞춘다.
국내 3인방은 RF-PCB에 익숙하다. BH와 인터플렉스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하단키용 RF-PCB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용 RF-PCB 공급사다.
반면 기존 애플 협력사들은 RF-PCB 장비 조차 거의 없는 실정으로 알려졌다. 장비를 들인다 해도 당장 적정 수율을 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OLED패널 공급사 삼성디스플레이와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
애플은 냉정했다. 오랜 협력사도 기술력이 뒤처지면 단칼에 내친다. 반면 국내 업체들에겐 국산 FPCB 기술력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글로벌시장에 확인 시켜주는 고마운 역할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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