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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량 급증, 질적 면에선 퇴보 [DCM/Overview]'美 금리인상 대비' 선제 조달…우량채 편중, 장기채 기피 심화

임정수 기자공개 2017-04-03 10:36:24

이 기사는 2017년 03월 31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 올해 1분기에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바빴다. 금리가 오르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발행시장이 성수기를 맞았다. 반면 투자자들은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손실을 우려해 장기물 투자를 꺼렸다. 대우조선양 구조조정 등으로 크레딧물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A급 이하 비우량채 투자를 극도로 기피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채 발행 만기는 짧아졌고, 등급 간 양극화현상은 여전했다.

◇ "금리 인상 전에 자금 조달하자" 회사채 발행액↑

31일 더벨에 따르면 2017년 1분기에 발행된 일반회사채(SB), 여전채(FB),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합산한 국내 공모 채권 발행액은 24조 6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회사채 발행액 18조 4784억 원 대비 6조 1784억 원어치 증가한 수치다. 1분기 발행액으로는 2012년 1분기 28조 971억 원 이후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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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B 발행물량 증가 폭이 컸다. 1분기 SB 발행액은 11조 5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조 6470억 원이나 증가했다.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SB 발행액이 7조 원이 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FB의 증가 폭도 컸다. FB는 전년 동기 대비 3조 724억 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ABS 발행액은 543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발행액 증가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금리 인상 예고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말에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올해 3월에도 금리를 올렸다. 또 올해 총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이 잇따라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선제적인 자금 조달 욕구를 자극했다. 금리가 오르기 전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우량 기업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도 풍부했다. 회사채 발행에 나선 대부분의 AA급 기업들이 '오버부킹(Overbooking)' 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 확보에 성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채권 금리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예상 외로 금리 변동성이 커지지 않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

◇ 투자 수요 '단기물'에 집중…회사채 만기 단기화 심화

발행시장은 활황으로 평가되지만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 회사채를 발행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한동안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물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A급 이하 기업들은 아예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경우 만기 1~2년 정도의 단기 회사채 발행에 만족해야 했다. AA급 이상 우량 기업들도 만기 3년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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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에 만기가 3년 미만인 SB 발행액은 6750억 원으로 전체의 5.8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변화가 없다. 하지만 3~4년 만기 SB는 전체의 40.86%로, 전년 대비 8%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우량 기업들의 장기물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3년물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만기 5년이 넘는 SB는 전체의 47.27%로 전년 동기 55.13%에서 8% 포인트 가량 줄었다. 특히 만기 10년 이상 회사채 비중은 전체의 15.33%에서 6.76%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만기가 길수록 회사채 평가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만기까지 보유할 생각이 아니면 장기물 투자를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등급별 양극화 심화…차환자금 비중 증가

신용등급 별로는 AA급 SB가 전체 발행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 AA급은 7조 2100억 원어치 발행됐다. 전년 동기 3조 7100억 원의 2배에 육박했다. 전체 SB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2.48%로 전년 동기의 47.00%에서 15% 가량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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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발행 물량도 늘었다. A급 채권은 2조 1700억 원어치 발행됐다. 전년 동기 1조 2080억 원에서 1조 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체 SB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3%에서 18.8%로 증가했다. BBB급 회사채는 같은 기간 1800억 원에서 800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A급 채권 발행액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 국면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A급 기업들 대부분이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 못하고 사모사채 등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월 경에 AA급 회사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일부 A급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다"고 진단했다.

◇ 운영자금 비중 60% 넘어…금리인상 대비 선제적 자금조달 결과

기업들 자금조달 목적은 운영자금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들이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SB는 7조 959억 원으로 전체의 61.49%에 달했다. 과거 운영자금 비중이 40% 내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년 대비 20% 가량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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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환 목적의 회사채 발행은 7조 1934억 원으로 31.17%를 차지했다. 운영자금과 차환자금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를 넘어선다. 시설투자 목적으로 발행된 회사채는 6374억 원으로 전체의 5.52%에 불과했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업들이 선제적인 자금 조달을 늘리면서 운영자금 목적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투자 수요가 뒷받침되는 경우 증액 발행하는 기업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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