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키 잡은' 김상조, 공정거래법 제8조 손볼까 지주사 부채비율·자회사 요건 규정, 대기업 2금융계열 소유도 비상
길진홍 기자공개 2017-05-18 08:40:28
이 기사는 2017년 05월 17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가 새 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대기업 규제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돼 온 공정거래법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주사 부채비율과 자(손자)회사 지분비율 강화 등의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대기업 총수일가 지배 비용이 대폭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청와대는 1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올 초 대선 캠프에 합류해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았다.
재벌 개혁을 외쳐 온 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으나 전공을 살려 공정위원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대기업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정부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지주사 요건 강화를 제시했다. 지주사의 부채비율과 자(손자)회사 지분 소유 비율을 강화할 방침이다. 계열공익법인과 자사주 우회출자 등을 통한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과 경제범죄 사면권 제한 등도 공약에 포함돼 있다. 이밖에 소액주주 의결권을 강화한 다중대표송제, 집중투표, 전자투표, 서면투표 도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수의 재벌개혁 공약 뼈대가 김 교수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을 맡으면서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
지주사 부채비율과 자회사 지분비율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제8조는 지주사 부채비율을 200%, 자회사 지분율을 상장사 20%, 비상장사 40%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부채비율을 최대 100%로 낮추고 지분율 요건을 10%포인트 이상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주사 요건 규제가 이뤄질 경우 기업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치러야 한다. 지주사 자본을 확충하거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강화될 경우 주식 매입에 대규모 실탄이 투입된다. 상장 자회사를 거느린 경우 부담이 더욱 커진다. 이로 인해 대기업 총수들이 지주사에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연쇄적인 지배구조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도 규제 대상에 노출된다. 공정거래법 제2조를 손질해 지주비율 산정 대상인 자회사 범주 등을 확대할 경우 강제 지주사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과 한화 등 일반 지주사의 소유가 금지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들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인다.
또한 새 정부가 대기업의 2금융계열 소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등이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 동안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이 입법을 추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우선 공정거래법 테두리 안에서 공약 실현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법 개정을 후순위로 물리고, 세부 규칙과 행정지도로 점진적인 재벌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병행해 중장기적으로 정부 입법을 통한 별도 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부활과 맞물려 추진 동력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사국은 과거 특정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집중 조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1996년 만들어졌으며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2월 해체됐다. 조사국이 부활할 경우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납품단가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김 교수가 규제 대상을 대기업으로 제한해 별도의 규제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는 반시장적 규제 소지가 크고, 재계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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