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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컨소시엄의 도시바 딜 반전 이끈 조력자들 베인캐피탈·CS·오릭스 등 자문역 '톡톡'

한형주 기자공개 2017-06-23 09:09:00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1일 1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방으로 자문을 구하고 끈기 있게 밀어붙인 결과"

도시바 반도체 부문(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승기를 거머쥔 SK하이닉스에게 내려진 시장 평가다.

도시바가 최초 거래 방식을 소수지분(20%) 매각 형태로 설정했을 때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인수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딜 구조가 경영권 매각으로 바뀌면서 일말의 가능성이 열렸고, SK는 끝까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K그룹에서 이번 거래를 총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지략도 빛을 발했지만, 상황이 불리할 때마다 조력자 역할을 한 외부 자문단 및 사모투자(PE) 운용사들의 공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홍하이그룹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일합을 겨룬 도시바메모리 인수 경쟁에서 SK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라고는 자금력 뿐. 하지만 이번 거래에서 관건은 가격만이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관여하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 바이아웃(Buy-out)이라는 딜의 속성상, 한국이나 중국계 기업으로의 매각에 대한 셀러의 정서적 반감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당초 모간스탠리에게 자문사 맨데이트를 부여한 SK하이닉스는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 현지 투자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른 외국계 어드바이저리 및 일본 PE들과도 활발히 접촉했다. 일본 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40년이 넘은 오릭스도 그 중 하나다. 오릭스는 SK 측에 "INCJ 등이 주축이 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과 손을 잡아야 승산이 있다"는 조언을 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INCJ, DBJ 등을 포섭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건만, 2차 입찰이 마감된 지난달 말까지 SK의 승세를 점치긴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일본 당국 입장에선 딱히 SK의 손을 들어줄 유인이 없었다. 결국 SK하이닉스는 그간 일본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이어 온 베인캐피탈을 파트너로 맞아 응찰한다. 경쟁 비더는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컨소시엄과 미일 연합(INCJ-KKR 컨소시엄), 홍하이 등 3곳이었다.

이 중 중국계인 홍하이는 2차 입찰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가격(3조 엔 추정)을 적어내고 애플, 아마존과 연합체를 구성하는 등 화끈한 카드를 잇따라 내보였으나, 일본 내 반중 정서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매도자 측에선 "브로드컴이 우선협상자로서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SK하이닉스로서는 회심의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SK하이닉스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추가 자문사로 선정하고 미일 연맹 합류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베인캐피탈도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침 INCJ 컨소시엄 내부적으론 지나치게 수익 추구형 전략으로 일관한 KKR에 대해 일본 측의 호감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INCJ 등이 KKR의 대체재로서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 눈길을 주게 된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SK 또한 미일 연합에 "도시바메모리 경영권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의중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은 지난주 도시바메모리 매각 주체인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출자 규모(인수가)를 2조 엔(20조 5000억 원) 이상으로 늘릴 것을 제안받게 된다. SK하이닉스가 가세한 한미일 연합이 브로드컴 컨소시엄을 제치고 도시바메모리 인수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낼 것으로 예고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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