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 꼼수? CJ 오너家 가족회사 활용법 100% 자회사 활용 거래 '일감규제 탈피'…공정위 "개정안 검토"
박창현 기자공개 2017-06-26 08:54:00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2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이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에서 벗어나는 신의 한수를 발휘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기업만 적용을 받는다. CJ 오너 일가는 새롭게 100% 자회사를 취득한 후 이 계열사를 지렛대 삼아 그룹 일감을 받았다.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 묘수다.CJ 측은 여러 긴급 이슈들을 대처하면서 일감 지원 부분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향후 내부 일감 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감독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오너 일가 소유 기업이 100% 자회사를 활용해 일감을 받는 우회 지원 사례를 살피고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CJ 오너일가 기업인 C&I레저산업은 최근 2년 여간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2015년 공정위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 기폭제가 됐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기준 (상장사 30%,비상장 20%) 이상이고 △내부거래가 연간 200억 원 또는 총매출의 12%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C&I레저산업은 오너 일가 지분율이 100%다. 여기에 그룹사들의 부동산 관리와 투자 컨설팅 일감을 도맡으면서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99%에 달했다. 결국 규제 탈피를 위해 일감 거래가 많은 건물 관리 사업부를 과감히 처분했다. 대신 매각 대금을 밑천 삼아 CJ그룹과 전혀 무관한 생활안전제품 제조업체 'SG생활안전'을 인수했다.
규제 탈피는 이 때부터 본격화 된다. 오너 일가는 당시 SG생활안전과 함께 '에스엔에스영상정보'의 무인경비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이 거래에서 인수주체는 SG생활안전이다. '오너 일가→C&I레저산업→SG생활안전+무인경비 사업부' 형태의 지배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이 때까지도 C&I레저산업은 그룹 일감에서 자유로웠다. SG생활안전이 영위하는 방독면 판매, 무인경비 사업이 그룹 포트폴리오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와 SG생활안전 간에 일감 연결고리가 맺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교롭게 SG생활안전이 경비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CJ그룹은 보안 경비를 맡고 있던 A, B기업들과 경영권, M&A 이슈에 휘말렸다. 이런 이유로 급하게 대체 업체를 찾아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결국 경비 사업을 시작한지 한 달여 만에 SG생활안전은 관련 그룹 일감을 도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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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공받은 그룹 일감이 작년 한해 117억 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 576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대고객사는 CJ제일제당으로 작년 45억 원 어치의 일감을 맡겼다. 다음으로 CJ대한통운과 CJ건설이 각각 22억 원, 12억 원 규모의 용역 계약을 맺었다.
흥미로운 점은 다시 수 백억 원 어치의 그룹 일감을 제공받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오너 일가 가족기업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C&I레저산업이다. 하지만 그룹 일감을 받은 주체는 'SG생활안전'이다. SG생활안전은 C&I레저산업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둘은 사실상 한 몸이다. 하지만 관련 규정은 직접적인 일감 수혜 기업의 소유구조만 문제 삼는다. 쉽게 말해 SG생활안전은 오너 일가 소유가 아닌 C&I레저산업이라는 법인 소유라 규제 대상 자체가 아니다.
C&I레저산업은 과거 그룹 부동산 관리 업무를 하면서 매년 120억 원 안팎의 일감을 받았다. 이 사업부를 매각한 후에도 일감 성격만 다를 뿐 여전히 비슷한 규모의 일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유구조를 바꾸면서 더 이상 공정위의 사익 편치 규제는 받지 않는다. 적법 절차를 따르고도 규제 칼날을 완벽하게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감 지원 사업구조가 완벽히 구축되자 지배구조가 일부 바뀐다. 이재현 회장은 작년 12월 C&I레저산업 지분 160만주(42.11%)를 전량 가족들에게 증여한다. 가장 많은 지분을 받은 인물이 장남 선호 씨다. 선호 씨는 49만 8000주(13.11%)를 물려받으면서 지분율이 37.9%에서 51%로 늘어났다. 나머지 지분도 딸과 사위, 조카 등 3세들에게 골고루 증여했다. 적통 후계자인 선호 씨가 처음으로 계열사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후계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CJ그룹은 일련의 규제 해소 의사결정과 관련해 결코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러 경영 이슈에 대처하면서 내놓은 선택들이 의도하지 않게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자 그나마 보안 경비 노하우를 갖고 있는 SG생활안전이 기존 인력들 고용을 승계해 업무를 맡게 됐다"며 "사전에 미리 계획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의도치 않았지만 일감 규제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비 일감 축소와 일감 대체 등 다양한 방안들도 마련할 계획이다.
감독기관인 공정위도 오너일가 회사가 100% 자회사를 이용해 그룹 일감을 제공받는 방식이 우회 지원으로 이어질수 있는 만큼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 기업이 갖고 있는 자회사에 일감을 지원하면 현재 사익 편취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다만 부당지원행위 제재 규정으로 관리 감독이 되는 부분이 있고, 제도 개선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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