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사본드 강자로 거듭난 '스탠다드차타드' 국민은행·수출입은행 딜 독식…향후 포모사본드 딜 주관 활약 기대
이길용 기자공개 2017-06-28 17:48:19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6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SC)가 대만 포모사본드 시장을 독식하면서 엄청난 리그테이블 실적을 쌓았다. 지난달 국민은행을 계기로 올해 미국 달러화(USD) 포모사본드 시장을 열었던 스탠다드차타드는 수출입은행 포모사본드까지 단독으로 주관하면서 두 딜 만으로 8억 달러의 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딜 하나에 1억 달러 이상의 리그테이블 실적을 쌓기 힘든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글로벌본드(RegS/144a) 시장 못지 않은 미국 달러화 유동성과 발행사에 우호적인 금리 덕분에 포모사본드는 한국물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채권 시장에서 채권 발행과 관련된 모든 자격(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주관할 수 있는 하우스가 많지 않다. 포모사본드 시장을 선점한 스탠다드차타드가 향후 나올 수 있는 포모사본드 딜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 대만 금융 시장에서 5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 4억 달러(USD) 규모의 포모사본드 프라이싱(Pricing)을 실시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만 11억 달러의 주문이 들어올 만큼 인기를 끌었고 유럽 투자자들의 주문은 받지 않은 채 북을 닫았다. 지난 20일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4억 달러 규모의 포모사본드를 발행했던 수출입은행도 주문만 12억 달러를 모았다.
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포모사본드는 모두 스탠다드차타드가 단독으로 주관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두 딜 만으로 단숨에 8억 달러의 주관 실적을 쌓았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8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쌓은 하우스는 HSBC(10억 252만 달러, 7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8억 2271만 달러, 5건), BOA메릴린치(8억 348만 달러, 5건) 등 세 곳에 불과하다. 남들이 5건 넘게 주관해야 올릴 수 있는 실적을 스탠다드차타드는 포모사본드 2건 만으로 올렸다.
한국물 시장에서는 관행상 딜 하나로 1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쌓기가 힘들다. 글로벌본드의 경우 벤치마크 사이즈인 5억 달러로 발행을 할 때 주관사가 5곳 이상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0억 달러 이상 대규모 빅딜이라면 주관사가 많더라도 2억 달러 수준의 주관 실적을 쌓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 빅딜을 할 수 있는 곳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한국석유공사 등 세 곳 정도로 추려진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분기 15억 달러 규모의 수출입은행 글로벌본드를 한 건 주관해 2억 5000만 달러의 주관 실적을 올렸다. 2분기에 포모사본드로 8억 달러의 실적을 추가하면서 상반기 10억 5000만 달러의 한국물 리그테이블 실적을 올려 5위권 이내에 진입이 유력하다.
향후 스탠다드차타드가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추가적인 딜을 해낼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시장에서 채권 발행과 관련된 모든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주관 업무를 할 수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를 포함해 크레디아그리콜, 도이치증권, BNP파리바, HSBC 정도만 포모사본드 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본드 대비 경쟁사가 적은 가운데 가장 우수한 실적을 쌓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에게 한국물 포모사본드 딜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포모사본드는 미국 달러화를 조달할 수 있는 대체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대만의 외환보유고는 4426억 달러로 우리나라 3658억 달러보다 많다. 달러화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국제 신용 등급 기준으로 AA급 우량채인 한국물에 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싱가포르에도 채권 동시 상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홍콩·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투자자들로부터도 많은 주문을 받는다. 이로 인해 10억 달러를 훌쩍 넘긴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문이 풍부하다 보니 글로벌본드와 비교해서도 결정되는 금리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중국 증시가 무너지면서 대만에서 위안화를 조달하려는 수요는 완전히 죽었다"며 "대신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달러화 포모사본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량 등급인 한국물을 찾는 채권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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