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26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그룹은 조선·해운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특정 산업에 과도한 익스포저가 집중되면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과거 산업분석 기능이 떨어져 부실징후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농협금융지주는 달랐다. 과거 리스크관리 실폐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면교사로 삼아 실효성 있는 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해 '산업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했다. 산업분석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농협금융의 리스크관리 수준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농협금융은 △금융지주 산업분석 커버리지 확대 △산업 포트폴리오 분석 △농협금융 익스포저 한도관리 강화 △한도 축소산업 여신관리 강화 △산업등급 평정업무 독립적 수행 등 크게 5가지로 구분해 산업분석 기능 강화에 나섰다.


우선 산업분석 대상을 기존 24개에서 올해 147개로 업종으로 확대하고, 분석 시기도 연 1회에서 상·하반기 연 2회로 바꿨다. 또 농협금융 차원의 산업 포트폴리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여신 포트폴리오 방향성을 제시했다. 예컨대 우량 산업 비중 유지 또는 확대, 고위험 업종 한도 축소 등 금융그룹 자산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자회사별로 관리하던 산업별 익스포저 한도도 농협금융에서 일원화해 '산업별 익스포저 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아닌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자회사들은 금융지주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체 익스포저 한도를 설정한 후 관리하게 된 것이다.

또 익스포저 한도 축소산업에 대해선 자회사별로 단계적 한도축소 방안을 수립해 금융지주사에 보고토록 했다. 최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영향을 높게 받는 산업에 대해 추가여신 제한, 기업별 감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프로세스가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게 농협금융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농협금융 산하 NH금융연구소 내 산업분석팀을 신설해 운영함으로써 산업등급 평정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토록 한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농협금융그룹내 시너지 확대 차원에서 농협은행의 프로세스와 NH투자증권의 업종 리서치 노하우(Know-how)를 결합해 산업분석 기능을 강화했다.

또 기존 산업분석은 NH금융연구소와 농협은행 산업분석팀으로 이원화 되어 있던 것을 NH금융연구소로 일원화 해 의사결정 체계의 일관성을 확보했다. 산업등급, 세분화된 업종별 한도관리 등에 대한 업무를 금융지주사에서 수행, 계열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산업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것도 특징이다. 더벨리스크매니저어워즈(thebell Risk Manager Awards) 심사위원들도 산업분석과 산업등급 평정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산업분석팀 운영을 높이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의 리서치 노하우가 접목되면서 지난해 구축한 '산업별 리스크대쉬보드(Risk Dash Board)' 운영방식도 달라졌다. 산업별 리스크대쉬보드는 산업별 업황을 예측하고 조망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산업종합 상황판이다.

농협금융은 세분화된 업종에 대해 타금융그룹에서 적용하지 않는 모니터링 지표를 발굴함으로써 리스크관리 기법을 발전시켰다. 예컨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의약품 제외)의 경우 '폴리에틸렌 스프레드(Poly Ethylene Spread)'를 선정해 관리하는 등 타금융그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모니터링 지표는 증권사의 리서치 노하우가 접목된 것으로 은행 중심의 리스크관리 문화를 금융그룹내 장점을 갖는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한 사례다.

농협금융의 산업리스크 관리강화 노력은 자산건전성 개선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의 실효성으로 연결됐다. 8등급 이하 저등급 산업 익스포저는 제도 도입전 2015년말 기준 10조4000억 원에서 올해 6월말 기준 5조6000억 원으로 4조80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7등급이상 고등급 산업 익스포저는 40조9000억 원에서 49조2000억 원으로 8조3000억 원 증가했다.

또 기업 여신과 관련해 대기업과 소기업의 상위등급 여신 비중이 증가하는 등 우량 등급 중심으로 건전성이 향상됐다. 김형열 농협금융 상무 겸 농협은행 부행장(CRO)은 "산업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자산건전성 제고로 농협금융의 지속가능 경영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