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30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 년 새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연예기획사다. '새로운 흐름이 돼라'는 YG 캐치프레이즈처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먼저 2014년 8월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으로부터 610억 원에 달하는 우선주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명품과의 맞손에 시장은 환호했다. 패션과 화장품 등 소비재 부문에서의 시너지가 기대됐다.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 중국 1위 온라인 티켓팅 업체 '웨잉'과 손을 잡았다. 투자 유치를 통해 648억 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 올해는 국내 1위 포탈인 '네이버' 자금을 500억 원이나 받았다.
다만 수 천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식은 '새로움'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YG엔터는 넘치는 현금을 '금융상품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기업어음과 사채 등 금융상품에 투입한 자금만 2000억 원이 넘는다. 전체 자산(4400억 원)의 절반 가량이 금융자산인 셈이다.
겉으로 보면 나쁠게 없다. 넘치는 유동성을 주체하지 못한 상황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투자자들이 금융상품에 재투자하라고 자금을 내주지는 않았을 터이다. 자금 용처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차선책으로 자금을 묶어둔 모양새다.
YG엔터 입장에서도 변명거리가 있다. 사드 배치 후폭풍이 대표적이다. 중국 투자자까지 유치하며 블루오션 공략을 준비했지만 돌발 변수로 인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물론 내부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YG엔터는 YG플러스를 통해 화장품과 외식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장품 사업의 경우, 누적 손실액이 130억 원이 넘는다. 워낙 벌여놓은 사업이 많고, 대부분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 또 다시 판을 넓히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아티스트를 키워내지 못한 점도 뼈아프다.
YG엔터에게 현금부자는 우울한 수식어다. 새로운 흐름과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문제는 YG엔터의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기업으로 변신할 계획이 아니라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에 대한 의심은 기업에게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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