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로 질문 하실분 계십니까" 권오준 회장의 정공법 포스코 주총, 자원개발 의혹에 2시간 넘겨…모든 질의 적극 대응
심희진 기자공개 2018-03-12 08:14:53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추가로 질문하실 분 계십니까" 오늘 열린 주주총회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가장 많이 한 발언이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주총 풍경은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 권위적이었던 진행방식을 버리고 소액주주의 의견에 충실히 귀를 기울이는 등 '주주 중심주의'가 확고히 자리잡은 모습이다.포스코는 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오전 9시에 열린 주총은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모든 절차를 끝마쳤다.
통상 국내 기업들의 주총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측 인사들의 주도로 30여분 만에 마무리된다는 점과 크게 비교된다. 특히 민감한 사안이 다뤄지는 임시주총과 달리 재무제표 승인 등 일반적인 안건이 제시되는 정기주총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기주총이 2시간 넘게 진행된 데에는 권 회장의 의지가 100% 반영됐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권 회장은 소액주주들에게 충분한 발언권과 질의 시간을 부여했다. 안건을 처리할 때 한 명의 주주라도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일일이 표결 절차를 진행하는 등 주주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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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장의 관심은 포스코의 해외자원 개발 실패에 집중됐다. 포스코건설이 2011년 인수한 '산토스 씨엠아이(Santos CMI)'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없었느냐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CMI의 경우 투자기관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처리한 것"이라며 "감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주총 이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명명백백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관계자들의 불만도 놓치지 않았다. 권 회장은 "포스코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한 차별을 적게 받도록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에 1000억원가량을 하청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투입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정책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총 안건과 관련없는 질문에도 권 회장은 성실히 답했다. 권 회장의 자질 부족을 지적하며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주주의 발언에 권 회장은 "포스코는 한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통해 건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주총의 이 같은 변화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주친화 정책에 권 회장이 적극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이번 주총에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안도 도입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권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포스코가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고 여기에 포스코가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원외교를 넘어서서 포스코를 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최근 한 달 사이 발생한 포항제철소 폭발 사고, 포스코건설의 엘시티 공사현장 추락 사고 등도 경영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포스코를 둘러싼 잡음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권 회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이번 주총에서 '소통맨'을 자처한 권 회장은 마지막 질의응답에서 기업 본연의 임무를 다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지난 4년간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제고해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했고 그 결과 포스코의 재무상태를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며 "현 경영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효과가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아직까지 과거의 주가(70만원)를 회복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육성해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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