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13일 08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잔액이 지난주 60조원을 넘어섰다. 발행잔액이 증가한다는 건 조기상환되거나 만기가 도래하는 ELS보다 신규 발행되는 ELS가 많다는 의미다. 올들어 국내외 증시가 한때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ELS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지수형 ELS 쿠폰금리가 7~8% 수준까지 오른 것도 ELS 시장이 활기를 띄는 데 한몫했다.증권사들도 달아오른 투자 열기에 화답하듯 ELS 발행을 늘리고 있다. 자체 헤지북 만을 운용하던 관행을 버리고 백투백 헤지북을 추가한 삼성증권의 발행잔액은 지난 3월말 기준 6조 556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8838억원(15.6%) 증가했다. 세일즈 조직을 정비하고 ELS 시장에 진입한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도 시중은행에 상품을 공급하며 지난 1분기 발행잔액을 각각 4509억원(675%), 2365억원(84.6%) 씩 늘렸다.
다수 증권사가 ELS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잔액은 6조 9246억원으로 1분기 동안 1947억원(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와 비교해봐도 증가율이 눈에 띄게 낮은 편이다. 지난해 국내외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때부터 시장이 다소 과열된 것으로 판단하고 숨을 고르는 단계라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이 ELS 발행에 있어 대다수 증권사들과 다소 어긋난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2분기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이 급증할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HSCEI의 배당 성향을 다른 증권사들보다 낮게 예측하고 신규 발행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당해 하반기 HSCEI 급락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HSCEI 급락 여파로 ELS 발행이 위축됐던 2016년에는 오히려 자체 헤지북을 대폭 늘리는 등 공격적인 발행에 나섰다. HSCEI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분석한 결과 지나치게 저평가 돼 있어 추세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예측한 대로 HSCEI는 올해 초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한국투자증권은 타사 대비 높은 헤지 운용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임직원들은 이같이 소신있는 의사결정의 비결로 정확한 데이터를 꼽는다. 한국투자증권은 ELS 운용과 발행 의사결정에 필요한 포워드 주가, 옵션 만기에 따른 변동성, 배상 성향 등을 직접 측정하고 있다. 시중에 도는 정보값을 활용하는 대다수 증권사와 차별화된 점이다. 이처럼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어 시장 흐름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올 2분기 발행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에도 한국투자증권의 판단이 맞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소신있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을 만해 보인다. 지난 1분기 발행 물량의 조기상환 평가일이 도래했을 때 한국투자증권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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