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포스코 100년을 위해…" 결국 중도하차 임기 2년 앞두고 자진사퇴…'정권교체=CEO교체' 반복
김병윤 기자공개 2018-04-18 10:39:03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8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說)'이 현실화됐다. 불과 한달 전 중도하차설을 일축했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강력한 신사업 드라이브와 6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 달성 등 호재에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제기된 전 정권과의 연결고리에 발목잡힌 형국이다.포스코는 18일 오전 8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임시 이사회를 진행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권 회장의 사퇴의 건이 다뤄졌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100년을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 회장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경영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정권 교체 후 권 회장에게는 꾸준히 사퇴설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취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 전임 최고경영자(CEO)가 정권 교체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교체됐다. 권 회장 역시 문재인 정권 들어 총 4차례의 해외 순방에서 제외되면서 '정권교체=CEO교체'의 공식을 이어받을 것으로 점처졌다.
권 회장은 최근까지도 임기를 완주할 뜻을 강하게 내비췄다.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도 경영이 최선책"이라며 중도하차설을 일축했다. 지난달 9일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일에는 '미래 비전 선포식'을 열고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 연결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 달성의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경영 성적표는 권 회장의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액 60조6551억원, 영업이익 4조62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6%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4.3%, 6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83.7% 늘었다. 60조원대 매출은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2011년 이후 최대치다. 2011~2014년 60조원대 매출액을 달성할 때와 비교해 계열사 수가 20여개 정도 줄었다. 권오준표 구조조정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은 21조1567억원, 11조5377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1조6627억원, 3조697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의존도와 순차입금의존도는 1.8%포인트, 4.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66.5%다. 2009년(59.8%) 이후 가장 낮다.
주가 추이 역시 나쁘지 않았다. 권 회장이 바통을 넘겨받은 2014년 3월 주가는 30만원선이 무너졌다. 2016년 1월 15만원선까지 밀렸다. 하지만 이후 반등하면서 최근 35만원 정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올 2월 장중 4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T와 마찬가지로 포스코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회사 안팎에서 사퇴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의 후임 또한 현 정부의 기조에 맞는 인사로 내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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