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7일 08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같은 투자회사(벤처캐피탈)는 투자심사 절차를 거치는데 아무리 짧아도 2주는 걸립니다. 반면에 그쪽(코스닥 벤처펀드)은 빠르면 2~3일 사이에도 결론을 내더군요. 자금 수요가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후자를 택하게 마련이죠."벤처캐피탈 대표 A씨의 말이다. A씨의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의 경우 비상장 기업에도 투자하지만, 상장사의 신주나 메자닌(Mezzanine)에 투자하는 비중도 꽤 높다. 펀드 소진율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상장사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벤처캐피탈이나 중소·중견기업 전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에게 코스닥 벤처펀드의 출현은 썩 달갑지 않다. 특히 메자닌 시장에서 기존의 벤처펀드 또는 PEF 운용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다수의 투자 기회를 코스닥 벤처펀드에게 빼앗기고 있어서다.
단일 코스닥 벤처펀드가 한 곳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많아야 20억~30억원 정도다. 하지만 다수의 코스닥 벤처펀드가 뭉쳐 클럽 딜(공동 투자) 전선을 구축할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코스닥 메자닌 발행 시장을 유통 시장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투자 의사결정 자체가 굉장히 신속하게 이뤄진다.
코스닥 벤처펀드들은 금리나 만기,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등 발행 조건 측면에서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표면금리와 만기보장수익률이 모두 0%인 전환사채(CB)를 일컫는 '빵빵 CB'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다고 한다. 유통 시장에서 활동하며 주가 상승에 베팅한 경험이 풍부한 곳들이라서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출범 취지만 놓고 본다면 이같은 환경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다. 코스닥 벤처펀드 자체가 코스닥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행시장 보다는 호흡이 짧은 유통시장에서 주로 활동해 온 코스닥 벤처펀드 운용사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스닥 기업들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존재한다.
벤처캐피탈이나 PEF처럼 경영 참여를 전제로 한 자본들은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데 있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편이다. 자금이 집행된 이후에도 실적이나 재무상태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투자를 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간섭으로 여겨질 법한 일들이다. 여기에는 펀드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지만, 투자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오랜시간 자본시장에 종사해 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 당장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반드시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조건도 조건이지만 자본시장과 지속적인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을 주는 투자자를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자금만을 선호해 온 기업들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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