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 아재, 맘 혹은 꼰대를 위한 '밀레니얼 해설서'구글 출신 감독이 한국계 배우들과 만든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 <서치>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8-09-11 10:04:10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1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야말로 '아시안들의 난'이다. 지난 8월부터 할리우드에 갑작스럽게 아시아 영화 열풍이 한창이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대만 배우 양자경과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8월 15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이 시작이다.이틀 뒤 8월 17일, 넷플릭스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라는 제목의 영화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역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주인공도 16살 한국계 미국인이다. 공개 이후 아시아계 하이틴을 전면에 내세운 로멘틱 코미디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서도 상품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8월 24일에는 인도계 아니쉬 차간티가 감독을 하고 한국계 배우인 존 조, 사라 손 등이 주연한 영화 <서치>가 단 9개 극장에서만 개봉되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찬사와 함께 관객상을 받기는 했지만 주류 시장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듯 하다. 그러나 바로 다음주 1200여개로 상영관을 늘리면서 단숨에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후, 순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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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크게 보면 몇 가지 변화가 같은 시점에 발현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무섭게 성장한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할리우드에서의 영향력이다. 둘째는 아시아 영화 및 스트리밍 시장이 보여준 빠른 성장세와 잠재력이다. 마지막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계 정서 자체가 영화의 소재로 갖는 상품성의 증대다.
다른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아시아계 정서가 가진 상품성이란 무엇일까?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사회 조차도 당황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 바로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성 세대들의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아시아계 가정은 이를 가장 극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무대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란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하우가 1991년 출간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 1584부터 2069까지>에서 처음 등장했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뒤를 잇는 인구 집단으로, 일반적으로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테크놀러지와 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과 동시에, 경제 침체 및 청년 실업 증대를 경험하고 있다는 경제사회적 특성을 가진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들은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고,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고, YOLO와 소확행에 빠져 있으며, 자산 축적이나 사회적 성공 등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런 그들이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등장할 나이가 되자, 기존 세대는 혼란에 빠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전지구적이며 전국가적인 현상임과 동시에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앞에 언급한 영화 세 편은 모두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고 동시에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중 특히 <서치>는 그야말로 기성세대를 위한 ‘밀레니얼 세대 해설서'쯤으로 읽어도 될만한 작품이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이 페이스타임, 유튜브, 인스타그램, CCTV 등 화면을 찍은 것이라는 형식적인 파격부터 그렇다.
영화는 밀레니얼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세상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성세대가 그들을 얼마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40대 한국 교포 아버지로 그려지는 주인공 존 조가 실종된 딸을 ‘검색'해서 찾는 일련의 과정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숨겨진 사실들은, 청소년 자녀를 둔 한국의 기성세대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스스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91년생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가진 독특한 이력은, 이런 충격적인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던 배경을 잘 설명해 준다. 그는 USC에서 영화를 전공한 후 구글 글래스만으로 촬영한 'Seeds'
업로드 이후 24시간만에 무려 백만번 이상 재생이 되자, 이를 발견한 구글의 경영진의 제의로 뉴욕에 있는 구글의 크리에이티브 랩에 입사하는 행운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나 2년간 구글의 광고담당자로 일하면서도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신의 직장' 중 하나인 구글을 과감히 그만두고 무일푼의 상태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서치>를 본다면, 스스로 아재, 맘 혹은 꼰대라는 틀에 갇혀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던 자신을 질책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영화의 중요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유크시'나 ‘텀블러'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구글에서 만든 구글 글라스 광고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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