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넷플릭스에 도전…'옥수수' 키울 비책은? 박정호 사장 "국내 콘텐츠 연합과 협업 및 동남아 진출 추진"
이정완 기자공개 2018-11-22 07:29:07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1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모바일동영상서비스 '옥수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전략을 소개했다. 콘텐츠 사업자와 연합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진출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옥수수'를 분사할 계획도 세운 바 있다.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미디어 사업에서 이정도 성장을 하려면 콘텐츠 경쟁력과 플랫폼 경쟁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SK텔레콤은 지상파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푹'과 콘텐츠 제휴를 논의하기로 했다. 연예 및 스포츠 등 관련 콘텐츠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옥수수를 분사하는 것은 외부 펀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인데 이를 통해 가입자 확대 방안도 마련할 전망이다.
◇ 지상파 콘텐츠 강점 '푹(POOQ)'과 사업 제휴 논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9일 SK서린빌딩에서 기자와 만나 "옥수수 분사는 되도록 빨리 하려고 하나 여건이 돼야 한다"며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콘텐츠 연합을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함께 만들어 분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수 있다는 점을 간접 시사했다. SK텔레콤이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되려면 선행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국내 OTT(Over The Top) 시장에서 콘텐츠 사업자 간 연합은 필연적인 움직임이다. 넷플릭스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 되면서 국내 OTT 사업자도 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한국을 비롯 일본, 인도 등 아시아 8개국에서 선보일 10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100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이 준비하는 것은 '푹' 등 콘텐츠 업체와 제휴다. SK텔레콤이 콘텐츠 제휴 업체로 '푹'을 선택한 것은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옥수수를 통해 2015년 하반기까지 지상파 실시간 채널을 서비스했으나 지상파에서 콘텐츠 비용을 과도하게 요구해 해당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옥수수에서 실시간 지상파 채널이 사라지자 소비자의 불편은 커졌다. 옥수수와 푹을 함께 가입해야 해 불편함이 컸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옥수수의 주시청층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지상파 라이브 콘텐츠가 없는 것이 약점이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법인 설립 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푹'은 70여개의 지상파 채널과 지상파 케이블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지원한다. 특히 지상파 VOD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푹의 단점은 복잡한 지배구조와 방만한 경영성과다. '푹' 서비스를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은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BS(㈜에스비에스)와 MBC(㈜문화방송)가 각 지분 40%, KBS(㈜이케이비에스)가 지분 20%를 가지고 있다. KBS는 '푹' 서비스가 시작된 후인 2014년 12월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로 사업에 동참함에 따라 지분율이 낮다.
'콘텐츠연합플랫폼'의 대표이사와 임원은 방송3사에서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출범 첫해 SBS와 MBC에서 대표이사, 사내이사, 감사를 각각 한 명씩 맡다가 2014년말 KBS가 사업에 참여하며 3사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임원 자리를 점하고 있다. 2016년에는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신설해 이사 자리를 늘렸다. 올 1월부터는 SBS에서 2명, MBC에서 3명, KBS에서 3명이 임원을 맡아왔다. 올 초 김혁 전 SBS미디어비즈니스센터장이 SK브로드밴드로 이직하기 전까진 SBS 3명, MBC 4명, KBS에서 3명이었다. 대표이사는 김준환 전 SBS 미디어비즈니스센터 플랫폼사업팀 팀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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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푹'은 매출 550억원에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6년 395억원 대비 39%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2015년 -30억, 2016년 -10억원으로 2년간 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흑자전환했다. 흑자전환했음에도 이익률은 1%에 불과하다. 지난달 기준 월간 순방문자는 400만명 수준이고 월정액 서비스 이용자수도 70만명을 넘었다.
'푹'은 지상파 콘텐츠를 보유했다는 강점이 있지만 가입자 규모가 예상보다 저조하다. 임원진을 주요 주주사에서 번갈아가면서 맡다보니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안정 위주의 경영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푹' 출범 시부터 사내이사를 맡았던 김혁 전 SBS미디어비즈니스센터장은 올해 초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본부장은 당시 "그동안 콘텐츠 진영 간 연합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어왔는데 자본을 갖춘 기업과 함께 사업 기회를 풀어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 옥수수 분사로 미디어 전문성 강화…'투자유치·엔터사 제휴·해외진출'
SK텔레콤은 옥수수를 분사해 미디어 사업의 전문성을 키울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미디어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3% 상승한 32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별도로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아 수익성은 확인하기 힘들다. 다만 통신 등 전통적인 비즈니스에 비해 여전히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옥수수 가입자는 이미 94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다. 가입자수 기준 유튜브 다음으로 국내 2위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옥수수 분사를 다양한 잇점을 노리고 있다. 분사로 조직을 효율화하면 전사 내에 있을 때보다 서비스 중심적인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면 외부 투자 유치에도 용이하다. 제휴 파트너를 구하는 것도 수월하다.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연예기획사와의 협업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음악 유통 및 음원 사이트 사업 제휴 협약을 맺었다. 당시 업무 협약을 통해 SK텔레콤이 음원시장을 재진출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콘텐츠 제작 확대의 발판이 되는 제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SM C&C의 6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주주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옥수수'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엑소, 레드벨벳 등이 출연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예능·드라마)를 제작하며 젊은 시청층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선 옥수수의 동남아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한류 콘텐츠를 옥수수 해외 진출의 핵심 콘텐츠로 삼는다. 현재 동남아 진출을 발표한 단계이나 옥수수의 해외 시장 진출은 KPOP이 인기를 얻고 있는 다양한 국가로 영토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
외부 펀딩을 통해 가입자수를 더 늘리고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푹' 등 콘텐츠 업체들과 제휴까지 이뤄지면 미디어 사업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전망이다. 박정호 사장의 말처럼 넷플릭스와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에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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