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18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조용하던 KB금융지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과 박지우 KB캐피탈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탓이다. 통상 임명권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의를 표명하기도 하지만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불과 하루 이틀 가량 남겨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최근 경영진들에게 '젊은 KB'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후배들을 위한 용퇴 결정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시기가 모호한 탓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경은 사장과 전병조 사장은 지난 17일 윤 회장에게 대표직에 대한 사의를 전달했다. 박지우 사장 역시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3명은 이달 초 윤 회장과의 면담 이후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올해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 대상은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정순일 KB부동산신탁 사장, 김해경 KB신용정보 사장, 김기헌 KB데이타시스템 사장 등 총 9명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대추위에 앞서 계열사 CEO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면담을 진행했다"며 "이 자리에서 (윤 회장에게) 연임 의지를 보인 CEO도 있고 그렇지 않은 CEO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은·전병조·박지우 사장이 밝힌 사임 이유는 KB금융그룹의 세대교체와 함께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젊은 KB'를 강조하면서 계열사 CEO 인사에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윤 회장은 "젊은 CEO들이 나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KB 역시 더욱 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세대교체를 위한 용퇴 결정이란 설명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윤경은 사장(1962년생)과 전병조 사장(1964년생)의 나이를 고려할 때 세대교체라고 보기도 어렵다.

윤경은 사장은 2012년 현대증권(현 KB증권)에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사장직을 맡고 있다. KB금융 입장에선 피인수된 증권사 CEO가 조직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통합증권사인 KB증권에서 현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사장이 CEO를 맡는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윤 회장이 윤 사장에게 KB증권을 지속적으로 맡기는데 부담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사장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CEO를) 맡긴 것"이라며 "통합 증권사에서 2년간 조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병조 사장은 전임 회장측 인사로 분류된다. 전 사장은 행시 29회로 재무부장관 비서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재정경제부 지역경제정책과장, 기획재정부 본부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 대우증권 IB부문 전무 등을 거쳐 2013년 8월 KB투자증권에 합류했다.

당시 KB금융 회장은 임영록 전 회장이다. 행시 20회인 임 전 회장은 KB금융 사장을 거쳐 2013년 7월에 취임했다. 물론 윤 회장 취임 이후인 2015년 1월 KB투자증권 사장으로 선임됐지만 관료출신이라는 점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등학교 동문이란 점이 눈에 띈다.

박지우 사장은 윤 회장이 한 차례 내보낸 인사다. 박 사장은 2014년 수석부행장 당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KB사태'로 사임하자 행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KB사태' 당시 내분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2014년말 사퇴했다가 이듬해 3월 KB캐피탈 사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박 사장의 복귀를 두고 업계에선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작용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윤 회장이 박 사장을 처음부터 기용할 마음이 있었다면 2014년 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 때 그렇게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란 이유다. 박 사장은 2007년 서금회가 창립했을 때부터 참여했고 2012년까지 6년 동안 서금회 회장을 역임했다.

KB금융 안팎에선 조직의 운영방향을 바꾸기 위해 윤 회장이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윤 회장의 색깔을 보여주기 적절한 시점이기도 하다. 외풍에 대한 우려가 큰 KB금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윤 회장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는 내년말에 대규모 교체 인사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올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조직의 결속력 등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KB금융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조직의 활력성 등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번 계열사 대표 인선에서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싶어했다"며 "대폭적인 인사를 고려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말에 계열사 사장을 바꾸면 (윤 회장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은 19일 오후 3시 대추위를 열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7개 계열사, 9명의 CEO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