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체제 유지 '강수'…무시 못한 'IB 코드' 은행 부행장과 IB 전문가 조합…미래·NH·한국증권 CEO도 'IB' 일색
양정우 기자공개 2018-12-21 19:38:54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0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다시 한번 '투톱' 체제를 선택했다. 은행권 출신 단독 대표의 부임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내부 IB 전문가가 각자 대표로서 함께 내정됐다. 'IB 최고경영자(CEO)'가 대세가 된 증권가의 인사코드가 한몫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KB증권의 신임 대표로 낙점된 건 박정림 국민은행 자산관리(WM)그룹 부행장(KB증권 WM부문 부사장 겸직)과 김성현 KB증권 IB총괄 부사장이다. 사실 박 부행장 내정설은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김 부사장의 등장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합 KB증권은 출범한 지 이제 3년차에 접어든다. 합병 법인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자기 색깔을 드러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KB금융그룹의 DNA를 제대로 입힐 은행권 인사가 수장을 맡고 단일 지휘 체계를 갖출 것으로 예견된 이유다.
하지만 KB증권은 박 부행장과 함께 김성현 부사장을 각자 대표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핵심 사업인 IB 비즈니스에 힘이 빠질까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각자 대표인 전병조 사장은 IB 사업에 올인했던 인사였다. 경기 침체의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선 IB 사업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의 사업구조에서 그나마 증시 위축과 거리감이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업계는 그야말로 IB의 전성시대다. 최근 증권가 인사를 관통한 키워드는 IB였다. 올해 초 NH투자증권이 정영채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했다. 정 대표는 옛 대우증권에서 업력을 다진 인사로 국내 IB 1세대로 통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새 수장인 정일문 대표도 정통 'IB맨'으로 불린다. 정 신임 사장은 지난 1998년 증권업에 발을 들여 27년 간 IB 업무를 담당해 왔다. 전임 CEO였던 유상호 전 대표도 대우증권 출신의 IB 전문가였다. 미래에셋대우도 IB 인사를 대거 임원으로 등용했다.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부회장으로, 김상태 미래에셋대우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 모두 미래에셋대우 내에서 IB 베테랑으로 통한다.
사실 신임 대표 인사를 앞두고 KB증권의 IB 일선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간 '빅3' 증권사 틈바구니에서 IB 입지를 다지는 데 사력을 다해왔다. 하지만 IB 비전문가가 단독 대표가 되면 자칫 추동력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했었다. 이제 투톱 체제로 결론이 난 만큼 IB 사업엔 계속해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번 인사의 성패를 따져볼 척도는 역시 실적이다. KB증권은 아직 덩치에 걸맞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분기 수익 규모(올해 3분기 영업이익 830억원)가 초대형 IB 가운데 가장 작다. 자기자본이익률(ROE, 7.4%)이 뒤쳐지는 건 각자 대표 체제의 한계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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