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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의 '제값' 해외수주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19-01-02 08:28:30

이 기사는 2018년 12월 31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총 85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 육상교통청(LTA)에서 발주한 남북 고속도로 공사로 102공구와 111공구 두 건이다. 102공구는 싱가포르 현지업체 와이퐁(Wai Fong)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111공구는 단독으로 따냈다.

과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저가 수주로 유명했던 만큼, '출혈 경쟁으로 따낸 공사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작년 이맘때 삼성물산이 LTA가 발주한 복층형 지하고속도로 공사를 상당한 최저가에 수주해 실망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의 이번 수주도 비슷한 경우일까봐 걱정스러웠다.

LTA 홈페이지에 들어가 입찰 내역을 살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우선 102공구에서 최저가를 써낸 곳은 중국 시노하이드로건설로 4억6822만 싱가포르달러를 제시했다. 쌍용건설·와이퐁 컨소시엄은 4억8250만 싱가포르달러를 써내 가격 점수에서 밀렸지만, 기술력 등 다른 평가에서 우위를 점해 공사를 따냈다.

단독으로 들어간 111공구에서 쌍용건설의 활약은 더 두드러졌다. 가격 점수로만 따지면 각각 단독으로 참여한 중국업체 2곳에 밀려 3등이었다. 쌍용건설이 제시한 가격은 북경성건집단(Beijing Urban Construction)이 써낸 것보다 1억 싱가포르달러 이상 많았다. 하지만 102공구와 마찬가지로 기술력 등 다른 평가에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이번 쌍용건설의 '제값 받기'는 현재 국내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적절한 시점에 좋은 사례가 나왔다는 생각이다.

최근 곳곳에서 국내 주택경기가 하락할 것이란 경고음이 들린다. 건설사들도 분양을 미루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내에서 일감이 줄어들고 있고, 남북 경협은 언제쯤 본격화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거의 유일한 탈출구로 기대되는 것은 해외시장이다.

이런 상황은 마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후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당시 국내 주택경기가 침체하자 건설사들은 일제히 해외사업 비중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국내 건설사 간의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지면서 적정 공사비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후유증은 컸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부문에서 수천억원대 손실을 봤고,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그 흉터는 여전히 남아 있고 최근 주택사업에서 거둔 이익을 갉아먹고 있기도 하다.

국내 건설사들이 다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법한 시점에 쌍용건설의 이번 수주는 분명 의미있다고 칭찬하고 싶다. 쌍용건설의 해외 사업부에서도 이번 수주전에 참여하며 매우 낮은 최저가를 제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사 입찰에서 가격 평가의 배점이 가장 높다. 국내 건설사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고려할 때 최저가를 제시하면 공사를 따논 당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되, 조금이라도 수익성을 지킨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해에 쌍용건설을 비롯한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하길 바란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광폭행보를 벌이길 기대한다. 다만 수주 과정에서 최소한의 수익성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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