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기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때마다 카드사들은 위기를 말했다. 처음에는 엄살에 가까웠다. 잇단 수수료 인하에도 견고한 수익모델은 무너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15년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68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지만 이듬해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12년간 12차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면서 엄살은 공포가 됐다.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이 "앞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의 추가 인하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다.실제 카드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엔 '진짜 위기'라며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시행된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매출 손실은 연간 8000억원에 이른다. 손실을 만회하는 방도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다 사실상 완패했다. 그러자 한국GM, 르노삼성 등 다른 대형가맹점도 아우성이다. 수수료 협상이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카드업계의 순익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안일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생존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출혈 경쟁'은 반복되고 있다. 당장 KB국민카드는 3월초부터 2주 동안 자동차 구매 고객에게 주는 카드결제 캐시백을 1.2%에서 1.5%로 인상했다. 대다수 카드사가 지난해 말부터 1.0%~1.2%로 줄이고 있는 흐름과 상반된 행보다. 창립기념 행사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출혈 경쟁'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국민카드는 대내외적으로 비판이 제기되자 서둘러 1.5% 캐시백 행사를 종료했다. 그러나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홈페이지에는 일부 차종에 대한 1.5% 캐시백 할인 내용이 버젓이 남아있다 반나절이 지난 후에서야 수정이 됐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시장점유율을 올리려는 카드사들의 욕망이 남아 있는 한 출혈 경쟁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현상 유지도 문제다. 대표적인 무수익 자산들이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아파트 관리비, 지방세 납부에 대해서도 무이자 할부와 캐시백 등을 지급해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줄어드는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서둘러 없애야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고려해 눈치 싸움하기 바쁘다.
결국 누군가 앞장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이야기를 나눈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의 고민이 이와 맞닿아 있어 고무적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작년말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될 때만 해도 '너도 나도' 마케팅 비용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변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이제는 카드업계도 출혈 서비스 경쟁이 아닌 편리성과 좋은 인상 등 정성적인 품질 경쟁으로 구도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바람처럼 출혈 경쟁, 제 살 깎기식 경쟁의 고리를 끊고 건전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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