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경영 본격화…지배구조 어떻게 짰나 [구본식 LT그룹 출범]LT삼보 산하로 법인 집결…1조 자산 바탕으로 사세 확장
김장환 기자공개 2019-03-22 08:10:03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1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 구자경 회장의 막내아들 구본식 회장이 형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이별을 선언하고 LT그룹을 설립했다. 희성그룹 일부 계열을 떼어내 세워진 LT그룹은 아직 소규모이긴 하나 LG와 희성의 조력을 토대로 사세를 점차 불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G그룹이 정리를 고심 중인 계열사를 인수할 경우 덩치를 단번에 키울 수도 있다.LT그룹 설립과 관련해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보이는 사안은 지배구조다. 새롭게 설립된 그룹사인 만큼 과연 몇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또 지배구조를 어떤 식으로 구성했는지 주목된다.
LT그룹 정점에 서 있는 곳은 LT삼보(옛 삼보이엔씨)다. LT삼보는 1976년 삼보지질이란 사명으로 설립된 토목, 건축, 산업환경설비 등 종합건설사다. 희성그룹은 희성전자(당시 상농기업)를 전면에 내세워 법정관리에 빠져 있던 삼보이엔씨를 2006년 인수했다. 희성전자는 이후 삼보이엔씨 지분 9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랐고 희성정밀과 희성화학 등 계열들도 소수 지분을 가져갔다.
2017년 하반기 들어 삼보이엔씨의 주주 구성에 변화가 찾아왔다. 구본식 회장 일가가 지분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구 회장 아들 구웅모 씨가 지분 48.2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뒤를 이어 구 회장이 45.26% 지분을 확보한 2대주주가 됐다. 딸 구연승·연진 씨도 각각 3.2%, 0.3% 지분을 가져갔다. 구 회장 일가가 희성전자 등 기존 주주 지분을 모두 흡수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통해 삼보이엔씨와 희성그룹의 지분상 연결고리는 완전히 단절됐다. 구 회장은 이미 이 시점에 독립 경영의 기틀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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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동시에 삼보이엔씨는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거래를 희성그룹과 단행했다. 구본능 회장 및 희성전자 등이 보유하고 있던 희성정밀과 희성금속 지분을 사들인 일이다. 삼보이엔씨는 2017년 9월 희성정밀 지분 61.18%, 희성금속 지분 33.02%를 가져왔다. 전자는 자동차용 부품 제조, 후자는 공업용 재료 및 부품 제조판매 업체다. 양수금액은 각각 948억원, 776억원에 달했다.
삼보이엔씨가 지분 61.18%를 들고 있는 희성정밀의 경우 구본식 회장이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구 회장이 지분 32.65%를 갖고 있고 딸 구연진 씨도 6.17% 지분을 들고 있다. 이외에 다른 주주는 들어와 있지 않다. 일본 다나까귀금속공업이 45% 지분을 들고 있는 희성금속은 삼보이엔씨가 지분 33%를 가져오면서 구본능 회장 지분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구본식 회장과 아들 구웅모 씨는 희성금속 지분을 각각 14.5%, 7.5% 갖고 있다.
희성그룹과 이별 절차를 차근차근 준비해오던 구 회장은 올해 들어 LT그룹이란 사명을 새롭게 만들고 자신이 직접 이끌게 된 그룹사들의 사명 변경 절차를 모두 마쳤다. 지난 2년여 동안 진행해왔던 희성그룹과 이별 절차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 LT삼보와 이하 LT정밀, LT메탈(금속), LT소재 등이 거느린 국내외 법인을 모두 합쳐 LT그룹은 십수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자리했다. LT삼보의 지난해 3분기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연결자회사 포함 자산규모만 1조원에 가깝다.
LT그룹 측은 다만 희성그룹과 계열분리는 아직 아니란 입장이다. LT삼보 관계자는 "법적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계열분리는 아니고,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게 됐다는 의미 정도로 봐야 한다"며 "LT로 사명을 변경한 건 독립성 의미 부여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이 서브원(에스앤아이)의 전략구매관리사업(MRO) 부문 매각 후 남겨질 건설사업을 외부에 매각할 경우 LT삼보가 이를 인수할 가능성도 업계에서 지속해 거론되고 있다. 애초 희성그룹 시절부터 삼보이엔씨가 서브원 건설부문을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 있었다. LG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 차원에서 서브원 MRO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외국계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MRO 매각 후에는 건설·건물 관리 및 레저 사업이 남는다. LT삼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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