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원으로 시작…재무·수익 모두 '우량' [구본식 LT그룹 출범]희성서 알짜계열 흡수…연결기준 '무차입' 기조, 현금흐름도 안정적
김장환 기자공개 2019-03-25 08:17:29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T그룹은 과연 어느 정도 재무여력과 수익성을 가진 기업 집단으로 이뤄졌을까.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내아들 구본식 회장이 LT그룹을 설립해 독자경영을 선언하면서 해당 기업들의 재무와 수익성 등 측면도 관심을 끈다. 희성그룹에서 기업들을 분리해 꾸려진 곳인 만큼, 구 회장이 떼어간 회사들의 과거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파악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LT그룹의 중심은 LT삼보(옛 삼보이엔씨)다. LT삼보는 구 회장과 아들·딸 등 일가가 지분 93.47%를 보유한 곳으로, LT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LT삼보 연결기준 재무지표에는 LT정밀(희성정밀), LT소재(희성소재), LT메탈(LT금속) 등 주요 계열사 4곳이 묶여 있고, 또 이들이 거느린 국내외 계열사도 모두 연결돼 있다. 결국 LT삼보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LT그룹 계열사 전체 재무와 수익 현황을 한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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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건전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지표인 부채비율은 3분기말 기준 109.2%다. LT삼보는 지난해 3분기 말 4937억원대 부채를 들고 있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만큼 '초우량 재무구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년 말 부채비율(130.6%)보다 그 수치를 큰 폭으로 줄였다.
지난해 들어 무차입 기조로 돌아섰다. LT삼보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55억원대 총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890억원이다.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335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상태다. 전년 말까지만 해도 607억원대 순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들어 9개월 동안 차입금을 대거 상환했고 동시에 유동성도 크게 늘면서 무차입 기조가 됐다.
LT삼보의 재무구조 개선은 안정적 실적을 기반으로 이뤄진 일이다. LT삼보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960억원, 영업이익 1356억원, 순이익 10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7%, 126.4% 증가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17.2% 늘었다. 순이익 확대는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졌다. LT삼보의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316억원으로 전년 보다 무려 여섯배 넘게 증가했다.
LT그룹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큰 LT삼보를 제외하고,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포함돼 있는 계열 및 관계사들을 일일이 살펴봐도 수익이나 재무건전성이 크게 나쁜 곳은 없다. LT정밀은 LT그룹 계열사를 통틀어 재무여력이 가장 양호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산총계가 1743억원에 달하고 부채총계는 270억원에 그쳐 부채비율이 18.3% 불과했다. 이 기간 계열사 LT메탈과 LT소재는 58.1%, 134.6%대 부채비율을 각각 나타냈다.
아울러 LT삼보를 제외하고 계열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LT메탈이었다. LT메탈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4483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은 낮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9억원, 순이익은 21억원에 그쳤다. LT메탈은 일본 다나까금속공업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45대 55 지분 투자로 설립한 합작사다. 귀금속 원료 공업용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곳이어서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동 위험이 큰 곳이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LT삼보 뒤를 이어 LT정밀이 그룹에 가장 큰 보탬이 됐다. LT정밀은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누적 매출 1092억원, 영업이익 126억원, 순이익 153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LT정밀은 가정용 에어컨 열교환기, 2차전지 캔부품 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미래가 밝다. 2013년 전기차용 쿨링핀 개발을 완료했고 2016년에는 중국과 폴란드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세를 글로벌로 확대하고 있다.
LT그룹을 통해 독립경영을 선언한 구본식 회장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안정적 재무와 실적을 지닌 계열사들을 가져오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손에 쥐게 된 계열사 사업 전반이 LG 및 희성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보인다.
반면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본능 회장 입장에서 보면 알짜 계열사들을 동생 구 회장에게 떼어준 셈이다. 희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희성전자는 2017년 말 연결기준 자산 규모가 2조원 정도였다. 동생 구 회장에게 넘어간 계열사 자산이 1조원이란 점에서 보면 자신이 쥐고 있던 '재산 절반'을 동생에게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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