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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만 쳐다보는 은행들 [전운 감도는 지자체금고] ③지자체 금고지정 기준 개정안 '불복'…추가 의견 개진 '고민'

손현지 기자공개 2019-04-01 14:25:03

[편집자주]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이 심상치 않다. 시중은행들은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광역시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금고은행까지 넘보고 있다. 이에 농협은행과 6개 지방은행들은 20~30년간 지켜오던 지자체 금고지기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지자체금고를 두고 전운이 감도는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8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권을 둘러싼 은행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앞다퉈 행정안정부에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 상반된 이해관계를 절충해야 하는 행안부로서는 당황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행안부에 금고지정 기준안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출혈경쟁이라고 지적한다. 최종 금고지기 열쇠를 누가 거머쥐느냐는 결국 지자체가 꾸린 심의위원들에 달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량평가 순위별 점수 편차는 크지 않아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큰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자체금고 개정안

행안부가 지자체금고 선정방식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는 지방은행이 제출한 집단 호소문이었다. 지난 11일 부산·대구·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은 지자체금고 지정시 평가대상에서 배점 4점을 차지하는 출연금 항목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지역주민이용의 편의성 △금고시스템 운영 △지역경제 기여도 등 항목 배점은 높여달라고 주장했다.

지방은행이 집단행동에 나선건 대형은행들의 지자체금고 침공 태세에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기관고객부에서 별도로 시도금고영업부를 분리하며 지자체금고 유치 업무에 힘을 실었다. 국민은행도 시금고 등을 맡는 기관영업본부 총괄 담당자를 본부장에서 전무로 격상시켰다. 우리은행도 주거래은행인 국민연금공단 자금 뿐 아니라 연금 수급자 주거래 고객 확보차원에서도 금고전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가이드라인 발표…지방은행 아우성만 담겨

행안부는 지방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자체 금고를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금고지정 기준 설명회를 마련해 각 은행 금고 담당자들을 소집했다. 이날 지방은행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요구사항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신한은행은 출연금도 포함되는 '자치단체와의 미래 협력사업계획' 배점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은행은 평가항목 중 △지역사회 기여항목 △자치단체 자율항목 △주민의견수렴 등 일부 평가항목 기준 조정을 요청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의견을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20일 행안부가 개정안을 내놨다. 결과는 지방은행들의 의견만 적극 반영된 개정안이었다. 자산규모가 큰 시중은행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신용도와 재무구조의 안정성 항목이 기존 30점에서 25점으로 축소됐다. 무디스와 같은 국외평가기관의 신용도 평가 배점은 6점에서 4점으로 축소됐다. 아울러 자기자본이익률(6점), 고정이하여신비율(6점), 총자본비율(5점) 등 상대적으로 지방은행들이 불리한 경영지표 배점을 기존 20점에서 17점으로 줄였다.

반면 시중은행들이 요청했던 사안들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요청했던 협력사업계획 배점은 오히려 4점에서 2점으로 줄었다. 반면 '지역 내 지점 등 영업망 수' 배점도 기존 5점에서 7점으로 늘렸으며, 영업망의 기준도 '전국 지점'이 아닌 '지역 내 지점'만 평가하도록 개선했다. 기준이 애매모호한 '주민의견 수렴' 항목도 배점이 늘어났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ATM이나 무인점포수는 각 지역에 거점을 두고 영업하는 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공정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한 지자체 세정과장은 "특히 자치단체 자율항목이란 평가내용 중 금융위의 지역재투자 평과결과와 주민의견 수렴결과를 반영하도록 한 것은 애매모호한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자체금고 개선안…실효성 無

지난 20일 행안부가 내놓은 것은 아직 확정된 개선안이 아니다. 행안부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에게 추가 의견을 내달 10일까지 받겠다고 공고했다. 금고지정 기준안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니 만큼 은행들마다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다 금고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은행은 일단 지켜보자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논란이 커지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추가 의견을 개진할 지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지방은행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협력사업비가 줄어든 대신 금리 배점이 기존 15점에서 18점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추가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행안부가 출연금 배점을 낮췄어도 결국 이자경쟁에서 다시 시중은행들이 유리해질 것"이라며 "결국은 또 자금력 싸움이라 출혈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에 불리한 평가항목

일각에서는 행안부 금고지정 기준 개선안이 실효성이 없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지자체금고를 둘러싼 갈등의 이면에는 평가점수 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심의위원 쟁탈' 경쟁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 지자체 세정과 관계자는 "일부 평가항목에서는 모든 은행들에 만점을 주는 경우도 있어서 정량평가 중요하지 않다"며 "최근 행안부 금고지정 기준 개선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출혈경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광주 광산구에 재심의를 요청한 것도 국민은행이 사전에 심의위원 명단을 불공정한 방법으로 받아 막후로비를 펼쳤다는 의혹 때문"이라며 "국민은행에게 23년간 지켜온 금고지기 열쇠를 내어줄 밖에 없던 이유가 행정적 모순 때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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