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이사장, 한진그룹 경영 직접 챙기나 [한진家 상속재산분할]조현민 전무 동반 '법무법인 광장 공정위 전문가' 방문…'동일인' 지정 문제 관여한 듯
고설봉 기자공개 2019-05-10 20:55:12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0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한진그룹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정황이 나왔다. 이 전 이사장은 10일 오전 법무법인 광장의 공정거래위원회 전문 변호사들을 만났다. 한진그룹의 동일인 지정 관련 자료 제출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방문이다. 이 전 이사장이 한진그룹 동일인 지정 문제를 관여한다는 것은 한진그룹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의미심장하다.10일 오전 9시21분. 이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출발했다. 차는 안국동사거리를 지나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신관으로 향했다. 9시45분, 이 전 이사장은 조 전 전무와 함께 차에서 내려 빌딩으로 향했다. 빌딩 정문에서 마중 나온 관계자가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전무를 수행해 엘리베이터쪽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 전 이사장은 "한진그룹 동일인 지정 문제,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상속 등의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건강은 어떠시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 일행은 곧장 법무법인 광장의 공정위 담당 업무를 총괄하는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12층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 이 전 이사장 일행은 변호사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구체적으로 법무법인 광장의 어느 변호사와 만났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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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전 이사장의 법무법인 광장 방문 자체가 직접 한진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법무법인 광장은 그동안 대한항공,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자문을 해왔다. 또 안용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2014년 3월부터 현재까지 대한항공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 다수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들은 한진칼, ㈜한진, 진에어,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 등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만큼 법무법인 광장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및 오너일가의 경영권 행사 등에 대한 자문도 많고, 직접 계열사 이사회에서 소속 변호사들이 활발히 활동해온 만큼 경영 전반 현안에 대해서도 밝다.
이날 이 전 이사장이 방문한 곳은 법무법인 광장 내 공정위 관련 전문 변호사들이 일하고 있는 빌딩 12층이었다. 빌딩 관계자는 "12층은 모두 공정위 문제와 연관된 변호사들이 있다"고 했다.
자연인 이 전 이사장이 공정위 일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뜻밖의 일이다. 공정위 사안은 한진그룹 내 공정위 관련 팀이 주축을 이뤄 자료를 만들고 변호사들을 만나 법률 조언을 듣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안을 만든다. 그리고 한진그룹 경영진의 결재 하에 자료제출 등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이 전 이사장은 이날 조 전 전무와 함께 법무법인 광장을 방문해 공정위 자료 제출 등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한진그룹이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공정위에 자료 제출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뤄진 방문이라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 얘기를 들은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 전 이사장이 직접 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첫 반응을 보였다.
한진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물론, 공정위 이슈 등도 주로 담당해서 처리해 왔다"며 "이번 공정위 동일인 지정 관련해서도 광장의 변호사들이 일을 처리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요즘 계속 재단일은 아니고, 그쪽(한진그룹)일을 보신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1일로 예정됐던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 발표는 미뤄졌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에서 동일인 지정을 못해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진그룹은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던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한 뒤, 이날까지 동일인 지정을 하지 못한 상태다. 한진그룹은 오는 15일까지 동일인을 지정해 자료 제출을 하겠다는 의사를 공정위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서 '한진그룹이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5일 직권으로 동일인을 상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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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이사장과 조 전 전무는 현재 한진그룹 계열사 어느 곳에서도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의 경우 예전 공익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모두 내려놓은 상태다. 다만 정석기업의 사내이사 직만은 유지하고 있다. 조 전 전무는 예전 대한항공, 진에어 등에서 임원 및 대표이사를 지냈지만, 지난해 '물컵 갑질' 사태 이후 모든 현직에서 물러났다.
만약 이 전 이사장이 직접 이번 동일인 지정 문제와 관련해 행동에 나섰다면, 향후 직접 경영권 행사도 할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진그룹 계열사 경영에 대한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장이 이번 동일인 지정 업무에 관여한다면, 이는 곧바로 한진그룹 경영 전반에 걸친 실력 행사를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이 전 이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지, 과도기적으로 일시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동안 재계 및 시장에서는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한 아들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오너일가가 지분을 몰아주거나,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해 지배력을 위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만일 이 전 이사장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하면 이런 시장의 전망은 모두 빗나간 전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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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한진그룹의 동일인 지정 관련 업무는 지주회사인 한진칼 법무팀에서 총괄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이사장이 방문한 한진빌딩신관 21층에는 한진칼 사무실이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이 여기 사무실에 오지 않았고, 이전에도 이곳으로 출근을 하거나, 방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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