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은행계 KB손보, 사업비 늘리긴 늘렸는데 [손해보험사 사업비 분석] ④시장 출혈경쟁 대응 탓…적정선 지키는 보수적 행보 계속
최은수 기자공개 2019-07-05 08:23:42
[편집자주]
손해보험사의 사업비 지출 증가세가 심상찮다. 불경기, 시장 포화, 회계제도 변경이라는 삼중고를 타개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보험 종목에서 대형사들이 사업비로 맞부딪히자 곳곳에서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키는 선과 불문율은 분명 있다. 더벨은 아찔한 신계약 감소 위기 속에서 외줄 타듯 벌이는 대형손보사들의 사업비 운용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1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해보험업계 유일한 '은행계 보험사' KB손해보험의 올 1분기 장기보험 사업비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가량 늘었다.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가 출혈경쟁에 가까울 만큼 장기보험 사업비 지출을 늘린 데 대응한 탓이다. KB손보는 다만 과도하게 사업비를 늘리진 않았다. 가치경영측면에서 중장기 수익성과 사업비효율성을 감안했을 때 타사와 달리 자체적으로 자본확충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판단에 따른 것이다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이 올 1분기 말 지출한 순사업비는 5091억원이다. 이 중 장기보험 사업비로는 3828억원을 썼으며 전체 사업비의 75% 가량을 점유했다. 올 1분기 장기보험 사업비 지출액은 전년 동기 (3504억원) 대비 9.2%(324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올 1분기 사업비율(보유보험료÷순사업비)은 23.0%다. 보험업계에서 적정 사업비로 여기는 수준(보유보험료 78 대 순사업비 22)을 소폭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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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는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대형 은행계 손해보험사로 탄생한 이래 적정 사업비 수준을 지키며 사업을 영위해 왔다. KB손해보험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보험에서 평균 사업비율 18.3%를 기록했다. 이는 보수적인 사업비 운용으로 정평이 난 DB손해보험(18.2%)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KB손보가 이같은 기조로 사업비를 집행해 온 까닭은 '은행계 손해보험사'라는 특수성이 적용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계 보험사는 기업계 보험사와 달리 대주주인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엄격하게 한다. KB손보는 또 자산 500조의 대주주인 KB금융지주의 지원,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것도 이같은 사업비 운용을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손보는 올 1분기 말 기준 190.0% RBC비율을 기록, 지난해 12월 말 기준 2.9%포인트 올랐다. KB손보의 RBC비율은 금융감독원 권고치(150%)는 상회하지만 재무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를 도입을 앞둔 것이 부담이다.
여기에 대주주의 지원을 보장하기 어려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KB손보는 지난해 대형 손보사들이 업계 적정선(2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장기보험 사업비를 지출했음에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KB손보는 장기 인보험 시장의 과열 경쟁에 대비하는 한편 자동차보험 사업비 지출을 억제해 나갔다. KB손보의 자동차보험 사업비는 2017년 4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3000억원 후반(3760억원)으로 다시 감축했다. 사실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 보험영업손실을 야기하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도 전년 동기(980억) 대비 2.3% 줄어든 957억원을 지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B손보는 앞으로도 경쟁력 높은 담보와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상품을 골고루 구성해 최대한 외부 자본 확충 없이 IFRS17에 대비하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며 "이 상황에서 적정 수준을 넘는 사업비를 지출하는 것은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비슷한 보수적인 사업비 집행을 펼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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