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산 발굴 '첨병' 델타원, 대체투자 플랫폼 탄생 [델타원 비즈니스의 비밀]④FX스왑뱅크 역할로 편의성·상품성 개선, 역외자산 투자 급증 기여
최필우 기자공개 2019-08-20 13:04:00
[편집자주]
기초자산과 동일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델타원(Delta 1)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 대체투자 기회를 제공하면서 증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비히클을 이용한 자산운용사와 상품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부정적 인식 또한 존재한다. 더벨은 증권사 새 먹거리로 급부상한 델타원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6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롱숏 파생결합사채(ELB) 운용과 평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메자닌 총수익스왑(TRS·Total return swap) 비즈니스를 탄생시킨 델타원 데스크는 또 한번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가 3조원 넘게 설정된 여파로 투자 조건이 악화된 메자닌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스닥 부진이 겹치면서 기초자산 외연 확대가 시급해졌다.이때 대안으로 급부상한 게 해외 대체투자 자산군이다. 델타원 데스크는 해외 대체투자 편의성을 높이고 상품성을 개선시키면서 비즈니스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델타원 비즈니스가 국내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의 해외 대체투자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고객알기제도·자금세탁방지법 충족 등 '원샷' 해결
해외 대체투자 관련 델타원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곳은 NH투자증권 대체투자솔루션부다. 지난해말 운용사업부 산하 대체자산운용본부를 신설해 대체상품솔루션부와 PI부를 뒀다. 델타원 기능에 집중해 고객 자금과 회사 고유재산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KB증권 델타원솔루션부 역시 해외 대체투자 관련 거래 비중이 국내 메자닌에 비해 높은 편이다. 델타원 데스크가 자리잡은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관련 잔고는 각각 3000억~1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해외 대체투자를 시작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당장 거래에 필요한 해외계좌 개설 단계에서 난관을 겪는다. 투자 국가와 자산군에 따라 상이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한 경험이 없는 곳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한번에 해결해 주는 게 델타원 데스크의 역할이다.
고객알기제도(Know Your Customer)와 자금세탁방지법(Anti Money Laundry) 요건을 충족시키는 게 대표적인 과제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기관은 투자금을 받을 때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국내 금융사는 회사 정관부터 시작해 대표이사 약력까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세탁 의도가 반영된 투자금이 아니라는 것을 소명해야 투자 자격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물론 규모가 영세한 헤지펀드 운용사는 스스로 이런 절차를 밟기 어렵다. 이미 선진국 금융사들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델타원 데스크와 TRS 계약을 맺으면 운용 지시를 내리는 것 만으로 잡무를 해결할 수 있다. 특정 자격을 보유한 외국인투자자 만이 취급할 수 있는 국가의 자산에 투자할 때도 델타원 데스크를 통하면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는 게 가능하다. 이같은 편의성이 확보되면서 기관투자가의 해외 대체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델타원 데스크는 해외 대체투자 딜 소싱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 국내외 브로커들이 제안하는 딜을 기관투자가에게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젠 직접 해외 대체투자 딜을 발굴하고 투자를 제안한다. 과감한 베팅으로 해외 대체투자 딜을 소싱하는 게 가능해진 것은 국내 델타원 데스크가 자금력 측면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사들이 초대형 IB로 거듭나면서 고유재산 규모가 커졌고, 확보하고 있는 기관투자가 고객이 많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게 가능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 부진 여파로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대체투자에 눈을 돌렸고 때마침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 델타원 비즈니스가 성장 궤도에 올랐다"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자산군으로 눈을 돌리면 델타원 비즈니스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FX스왑뱅크 역할 병행, 상품성 개선..고액자산가 폭발적 반응
자산운용업계가 해외 대체투자 펀드 공급에 애를 먹었던 것은 외환변동성리스크관리 방법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외환 헤지를 위해서는 투자금 중 일부를 FX스왑뱅크에 증거금으로 제공해야 한다. FX스왑은 거래 당사자들이 현재 계약환율에 따라 통화를 교환하고 약속한 기간이 지난 후 계약 시점에 정한 환율로 원금을 교환하는 거래다. 보통 수탁사가 FX스왑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환율 헤지 명목으로 투자금의 10%를 증거금으로 맡기면 실제 투자 가능한 규모는 원금의 90%로 줄게 돼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FX스왑 거래와 관련된 마진콜의 존재도 투자금을 모으는 데 큰 장벽이었다. FX스왑뱅크는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발생 가능한 손실에 대비해 증거금을 보충하라는 캐피탈콜 약정을 맺는다. 이 약정을 맺는 증권사는 리테일 투자자에게 상품을 팔면서 캐피탈콜의 존재를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캐피탈콜이 존재하는 딜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개인투자자는 드물다. 자산운용사도 이같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대체투자에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델타원 데스크는 운용 지시를 수행하는 것과 FX스왑 기능을 겸하는 방식으로 불편을 해소했다. FX스왑에서 발생하는 손익과 외화표시 운용자산에서 발생하는 원화 환산 손익이 상쇄돼 추가적인 증거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TRS 계약을 맺은 고객에게 약속한 수익률만 돌려주면 된다. 이에 캐피탈콜 조건을 추가하지 않고 증거금 없이 원금 전체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고 고액자산가 타깃 영업이 가능해졌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역외자산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4000억원 넘게 판매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파생결합증권(DLS)는 이같은 조건이 전제돼 흥행할 수 있었던 상품이다. 프라이빗뱅커(PB)들과 고액자산가들은 캐피탈콜 조건 없이 역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조건이 매력적이라고 봤다. 2년으로 만기가 짧음에도 연 7% 수준의 목표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도 FX스왑 증거금으로 사용될 자금을 모두 기초자산에 투자한 덕에 가능했다. 최근 만기가 연장되고 기초자산 리스크관리 허점을 노출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델타원 기법이 가미돼 상품성 자체는 뛰어나다는 평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델타원 서비스로 해외 대체투자 상품의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어 역외자산 투자 확대에 점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델타원 데스크가 딜을 직접 소싱하고 검증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어 리스크관리 기능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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