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금융파트너 잡아라 '총성없는 전장' [은행 기관영업 진단 / 총론]시금고·법원공탁금·협회국민연금·공무원 등 주목
손현지 기자공개 2019-08-30 11:21:42
[편집자주]
은행들이 기관영업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리테일영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장기간 금융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우량 고객 선점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시금고, 법원공탁금, 연금 외에도 협회나 구청 등도 주거래은행 선정시 입찰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5대 은행의 기관영업 성과와 전략 등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3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은행장은 후임에 인수인계할 때 기관영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더군요. 타 은행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이 말은 시중은행 CEO들이 얼마나 기관영업에 관심을 쏟고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한 기관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된다는 것은 '상징성'과 '장기고객 대거유치'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은행 기관영업 시장은 총성만 없을 뿐이지 뺏고 뺏기는 경쟁이 치열하다. 일단 기관 입찰이 시작되면 각사 마다 전략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비밀리에 프레젠테이션(PT)를 준비한다. 사전에 담당 실무자들끼리 교류도 거의 없으며 긴장모드에 돌입한다.
◇리테일 축소, 기관영업 승부처 부각…기관 아닌 소속원 평생 금융파트너 가능성 주목
최근들어 기존 전통적인 은행영업인 소매금융(리테일)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등장으로 시중은행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금융 생태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당장 눈앞의 이익만으로는 자웅을 가릴 수 없게 됐다. 장기적인 관점의 우량고객(평생고객)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승부처가 됐다.
현재로선 기관영업 시장의 왕좌는 단연 NH농협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무려 154곳에 달하는 시금고를 사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50조원 규모의 교육청금고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4곳의 시중은행들이 농협의 아성을 깨기 위해 도전하는 구도다. 농협의 뒤를 잇는 막강 세력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 지자체 산하 시금고와 25곳에 달하는 구청을 나눠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의 무게추가 서서히 후발주자들에게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300여개에 달하는 공단과 공공기관, 협회, 병원·대학교 입찰이 뜰 때마다 챙기고 있다.
은행 기관영업 관계자는 "사실 입찰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시간과 비용적인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에 무작정 입찰에 뛰어들기보다 공략할 기관 선정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며 "기관 자체가 아닌 기관에 소속된 구성원들을 유치하는 작업인 만큼 조직규모와 구성원의 라이프패턴을 고려해 평생 금융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3대 주요시장 선점한 NH·우리·신한 …시금고·교육청·법원공탁금
기관영업에서 가장 큰 시장은 단연 시금고다. 농협은행은 전국 200여개에 달하는 시금고 중 154곳의 1금고 운영권을 차지하고 하고 있는 선두주자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출연금, 지자체장에 어필하면서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한 탓에 조금씩 1금고 지위를 내주고 있다.이달만 해도 대구, 울산, 구미 등 4개 지역의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도 광주와 부산의 금고운영권을 둘러싼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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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의 경우 금고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3000억원의 출혈을 감수하고 우리은행이 104년간 지켜오던 시금고(1금고) 운영권을 따냈다. 오는 2022년까지 서울시 자금관리, 세입 수납업무와 일반·회계 지출관리 등을 수행하게 됐다. 대신 우리은행은 서울시 2금고를 획득했으며 서울시 내 구청금고 25곳 중 19곳을 사수하며 선방한 모습이다.
150만명 장병을 잠재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국방부 입찰도 은행들이 중시하는 분야다. 또 법원금고공탁금(10조5000억원) 시장도 만만치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특히 신한은행이 해당 분야에서 74.5%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흥은행이 하던 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영향이다.
◇하나·KB, 짭짤한 신 수익원 발굴…공단·협회·대학교·병원
하나은행의 경우 서울시남방공사, 서울도시개발공사 등 각종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울러 사회복지단체, 의사협회, 치과협회 등 시·도협회 산하기관을 포함해 각종 공공기관들이 최근 공개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7년 경찰청 주거래은행 권리를 획득했다. 당시 복지카드와 경찰공무원대출(무궁화대출) 거래은행을 두고 입찰을 부쳤는데 국민은행이 기존 신한은행을 제치고 운영권을 따냈다. 12만명의 경찰공무원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것이다. 초창기 4만좌로 시작하던 무궁화대출 계좌도 최근 6만좌 가까이 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두 은행은 보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 중이다. 그동안 거래를 은행들에 분담해왔던 정부산하기관들이 최근 입찰을 통해 평균 3~4년 주기로 주거래은행을 선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공단만 해도 약 300개가 넘는다. 11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큰 손'으로 꼽히는 공무원연금공단도 하반기 입찰을 실시한다.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12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그 가족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최근에는 국고를 관리하는 한국재정정보원의 자금을 조금씩 분산 예치었는데 기획재정부가 이번에 3개(1위 50%, 30%, 20%) 은행에만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하반기 또다른 이슈는 소방청이다. 소방공무원은 그동안 지자체 산하였는데 최근 행정안정부 소속 중앙공무원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승인이 나면 소방공무원 대출 운영권을 둘러싸고 은행들의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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