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기관들 '난색' [스튜어드십코드 발동]라이크기획 합병 거부, 오너 지배력 강화 초점 우려
이효범 기자공개 2019-08-30 08:11:43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8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합병을 거부한 상황이라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시장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가치 개선보다는 오너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둘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에스엠을 중심으로 한 기업집단에 소속된 기업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총 35개이다. 상장사로는 에스엠, 에스엠컬처앤콘텐츠, 키이스트, 에스엠라이프디자인그룹 등 국내 계열사와 일본 상장사인 스트림미디어코퍼레이션(Stream Media Corporation, Inc.) 등 총 5개다. 나머지 30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사로 구성돼 있다.
에스엠은 국내 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정점에 있다. 또 일본 상장사는 키이스트 산하에 배치된 구도다. 에스엠이 주요 계열사를 자회사로 지배하고 주요 계열사들은 또다른 비상장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구도다. 계열사간에 순환출자나 상호출자가 거의 없다.
에스엠에 정통한 관계자는 "계열사가 상당히 많아 에스엠 그룹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배구조가 복잡한 편"이라며 "KB자산운용을 비롯해 시장에서는 주주들이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에스엠 입장에서도 이같은 시장의 요구를 일정수준 수용해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 이전에도 시장에서는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라이크기획과 거래로 인해 에스엠이 일감몰아주기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양사간 거래가 공정거래법상 불법이라고 볼수는 없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스탠스라 에스엠도 부담을 느낄 수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최근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이와 무관한 방향으로 흐를수 있다.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유지한 채로 계열사간 지분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에스엠을 대상으로 한 주주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의 불투명한 거래를 해소하기 위해 합병을 제안했지만, 에스엠은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거부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에스엠을 물적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계열사 지배룰 목적으로 한 투자회사를 정점에 두는 지주사 형태를 갖출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단일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물적분할 이후 사업회사 지분을 투자회사 지분과 맞바꿔 지배력 강화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를 제외하면 에스엠이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할만한 유인이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배구조 상 정점에 있는 에스엠이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굳이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오너의 지배력 강화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빌미를 없애는 방향에 초점을 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관들은 특히 이같은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요구하는 것은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투명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와 무관하게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경우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보면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사례를 살펴보면 해당기업의 주가에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았다"며 "지주사 체제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긴 했지만 지주사가 브랜드로열티를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서한에 대한 에스엠의 답변서만 놓고 보면 지배구조 개편이 논의가 단순 검토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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