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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웨어 리포트]비비안 등에 업은 트라이, 부활에 성공할까①인지도·선호도 BYC 밀린 남성 속옷 '만년 2위'…여성 란제리 업체 인수 '승부수'

박상희 기자공개 2019-11-04 07:30:00

[편집자주]

국내 언더웨어 시장은 BYC, 트라이, 비비안, 비너스 등 소수 브랜드가 오랜 기간 권세를 누려온 독과점 구조였다. 2010년대 들어 유니클로를 필두로 비전문 언더웨어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지형이 바뀌었다. 시장 변화와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한 토종 업체는 도태 위기에 몰렸다. 62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영비비안이 시장에 매물로 출현한 건 토종 언더웨어 업계 위기를 대변한다. 쌍방울이 남영비비안 인수를 선언한 가운데 언더웨어 시장에 미칠 영향과 판도 변화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0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언더웨어 업계 1위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신생 후발업체의 도전은 거세다. 중간에 치인 쌍방울의 선택은 M&A(인수합병)를 통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규모의 경제 키우기였다. 쌍방울은 최대주주 광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영비비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쌍방울의 선택은 위기를 돌파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쌍방울, 단일 브랜드 TRY 높은 의존도 '약점'

쌍방울은 1963년 쌍녕섬유공업㈜를 모태로 한다. 1977년 쌍방울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8년 4월 ㈜티이씨앤코로부터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된 유가증권 상장회사다. 2014년 최대주주가 레드티그리스에서 광림으로 바뀌었다. 광림은 특장차 제조사업을 영위한다. 특장차와 언더웨어는 사업적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당시 M&A는 다소 생뚱맞게 여겨졌다. 당시 광림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인수목적은 경영참여를 통한 사업 다각화였다.

쌍방울의 대표 브랜드인 '트라이(TRY)'는 1987년 론칭 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 토종 내의브랜드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쌍방울은 트라이 이외에도 크리켓, 제임스캐스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트라이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사업구조상 단일복종(내의) 및 단일 브랜드(트라이) 집중도가 높은 것이 약점으로 거론돼왔다.

광림이 쌍방울을 인수한 이후 국내 언더웨어 시장은 급성장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내의업종은 15.3% 성장했다. SPA 업체를 비롯한 비전문 언더웨어 업체의 시장 진출, 유통업체의 언더웨어 자체브랜드 PB 출시 등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힘입은 성장이었다.

신규 진입 기업들이 발 빠른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면서 고성장한 반면 쌍방울 등 토종 언더웨어 기업들은 경쟁에서 위축됐다. 쌍방울의 주력 사업인 위생내의 분야에서 BYC가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반면 쌍방울과 좋은 사람들은 위축되고 있다. BYC의 최근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1.5%인 반면 좋은사람들과 쌍방울은 각각 2.5%, 5.4% 마이너스 성장세에 있다. 내의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는 모두 BYC가 1위를 차지했다.

SPA와 타복종의 내의시장 침투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거 1500억원을 상회했던 쌍방울의 매출액은 2018년 1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2016~2017년에는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TRY 브랜드의 노후화로 브랜드파워가 약화되면서 브랜드 관리능력 역시 저하됐다는 평가다.

◇남영비비안 인수시 BYC 제치고 1위 도약…포트폴리오 다변화 성공

각 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언더웨어 업계 매출 1위는 BYC로 지난해 19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남영비비안(1781억원), 신영와코루(1698억원), 좋은사람들(1284억원), 쌍방울(95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쌍방울 매출은 토종 언더웨어 업체들 가운데서도 하위권이다.

쌍방울 매출

쌍방울이 남영비비안을 인수할 경우 BYC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두 회사의 단순 매출 합산은 3000억원 수준으로 2위와의 격차도 크게 벌릴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장기업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단일 브랜드(트라이)만을 보유해 전반적인 사업안정성이 열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던 쌍방울의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남성 언더웨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쌍방울의 매출은 2013년 1259억원에서 지난해 953억원으로 감소했다. 여성 언더웨어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쌍방울은 남영비비안 인수로 단숨에 업계 1위로 치고 올라설 수 있게 됐다.

남영비비안은 1957년 설립돼 비비안(VIVIEN)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최대 여성 란제리 전문기업이다. 파운데이션 의류, 란제리, 스타킹 등 여성용 언더웨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최근 성장세는 확연히 꺽인 모양새다. 최근 5년 간 남영비비안의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마이너스(-)3.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신영와코루 연평균 성장률은 -1.8%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쌍방울은 트라이 이외 내세울만한 브랜드 및 사업 포트폴리오가 없다는 점이 약점이었다"면서 "남영비비안 인수로 업계 인수로 올라서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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