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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열전]이해진 vs 김범수...86학번 동기 '숙명의 대결'삼성SDS 입사동기 · NHN 공동대표에서 '플랫폼 왕좌' 놓고 본격 격돌

성상우 기자공개 2019-12-17 08:14:14

[편집자주]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관중들은 '라이벌 구도'에 가장 열광한다. 라이벌 선수간 기록 대결, 라이벌 팀간 순위 싸움은 언제나 극적인 경기 장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산업계 역시 그렇다. 라이벌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은 각사의 진화를 이끌 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성장도 이뤄낸다. 더벨은 ICT 업계에서 경쟁 중인 라이벌사들의 경쟁 구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라이벌 구도는 곧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의 라이벌 구도다.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문인 두 사람이 차린 벤처기업은 현재 전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대한민국 양대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해진 창업자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라는 직책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투자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 창업자는 '국민 메신저'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핀테크, 금융, 음악, 게임 등 신사업을 잇따라 성공시키고 있다. 같은 듯 다른 여정을 걸어온 두 사람은 이제 국내와 아시아 플랫폼 시장을 놓고 2라운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이해진 vs 김범수…동맹군 확보전 치열

언론 및 외부 노출을 꺼리며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던 두 사람이 또 다시 ICT 업계 전면으로 부상한 것은 미래 사업을 위해 전방위적인 동맹군 확보에 나서면서부터다.
이해진(왼쪽) 네이버 GIO와 김범수(오른쪽) 카카오 의장
네이버는 최근 야후 재팬과 합치고, 미래에셋대우와 동맹 관계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 GIO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했다. 지난 2017년 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동맹 진영을 형성한 이 GIO와 박 회장의 관계는 최근 신설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혈맹관계로 격상됐고, 손 회장과도 내년 라인-야후재팬 통합을 통해 확고한 동반자 관계로 거듭날 전망이다.

김 의장의 행보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재계의 주요 인물들을 진영으로 끌어들이면서 동맹 세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금융 운영 역량을 발판삼아 카카오뱅크를 국내 1위 인터넷은행으로 키웠고, SK텔레콤과는 3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거대 ICT 플랫폼의 탄생을 예고한 상태다. 김 의장은 이 과정에서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을 카카오로 영입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장기적인 동맹 전선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 서울공대 86학번 동기→삼성SDS 입사동기→NHN공동대표

두 사람의 숙명적 라이벌 관계는 30여년전 시작됐다. 1986년 이 GIO와 김 의장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산업공학과에 나란히 입학하면서부터다.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로 대학생활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은 졸업도 같은 해(1990년)에 했다. 첫 직장으로도 같은 곳(삼성SDS)을 선택했다.

김 의장은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모두가 알고있는 PC통신 '유니텔'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1996년 삼성SDS가 내놓은 유니텔의 개발과 기획, 마케팅 등 모든 과정에 김 의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출시 3년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끌어모은 유니텔은 천리안을 바짝 추격하는 업계 2위까지 올라갔다.

사업 수완이 좋았던 김 의장은 이 시절 한양대 앞에 차린 PC방 사업을 크게 성공시켰다. 이 자금은 이후 삼성SDS를 퇴사하고 나와 설립한 '한게임 커뮤니케이션' 설립 자금으로 쓰였다. 온라인 게임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김 의장은 한게임에서 고스톱, 테트리스, 바둑 등 캐쥬얼 온라인 게임을 대대적으로 유통시켰다. 한게임은 1년반만에 1000만명 회원을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게임은 이 GIO가 네이버 포털을 성공시키는 발판으로 활용됐다. 김 의장과 마찬가지로 삼성SDS를 박차고 나와 나와 설립한' 네이버컴'의 검색 엔진이 고전을 하자 한게임과 네이버컴의 합병(사명 NHN)을 결정한 것이다. 이 GIO는 한게임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검색 사업을 탄탄히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게임의 방대한 가입자풀이 검색 이용자로 유입되면서 네이버는 2004년 점유율 1위의 포털로 등극했다.

◇모바일에서 다시 격돌

NHN을 국내 최대 플랫폼으로 키운 두 공동 대표는 2007년 다시 찢어졌다. 경영 방향성에서 이 GIO와 의견 마찰을 빚은 김 의장이 자진 사임하고 회사를 나간 것이다.

미국으로 떠난 김 의장은 아이폰을 보면서 전 세계에 '스마트폰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귀국 직후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김 의장은 ICT 업계의 '핫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새로 펼쳐진 모바일 시대에서 김 의장이 왕좌에 오르는 동안 이 GIO는 모바일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에 이미 밀렸다고 판단한 이 GIO는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일본에서 라인 메신저를 출시한 것이다.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라인은 가입자 8800만명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했다.

두 사람의 경쟁 구도는 보유 지분 가치 측면에서도 미묘하게 나타난다. 카카오의 주가 상승률이 네이버를 앞서면서 김 의장이 지분 가치가 이 GIO의 지분 가치를 넘어섰다. 11월 기준 카카오 지분 14.92%를 갖고 있는 김 의장의 지분 가치는 1조7708억원이다. 지분 3.72%를 보유한 이 GIO의 지분 가치는 1조14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말보다 2575억원 늘어났지만 김 의장의 가치 증가분인 4818억원에 한참 뒤진다.


◇ 숙명의 라이벌전 2라운드, 내년 본격 시작

본인이 창업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는 점은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이 GIO는 네이버 경영은 한성숙 대표에게 맡기고 글로벌 신사업 투자를 챙기고 있다. 김 의장 역시 카카오 대표이사직을 맡지 않고 AI(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김 의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궤도 위에 올려놓은 카카오를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겨놓고 또다시 카카오의 미래 구상을 위해 연구실로 들어간 셈이다.

이 GIO와 김 의장의 라이벌전 2라운드는 국내와 아시아 시장 곳곳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혈전이 예상되는 무대는 핀테크 및 금융 시장이다. 간편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내년부터 본격 맞붙는다. 최근 설립된 네이버파이낸셜은 선발주자 카카오뱅크 추격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커머스와 쇼핑도 두 회사가 동시에 공략 중인 시장이다.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페이지가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 중인 아시아 시장에선 콘텐츠 플랫폼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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