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연내 SPA 체결 가능할까…실사기한 '1월9일'의 의미12월26일부터 '최대 2주' 예고…’자본잠식·적자·운용리스’ 등 살펴볼 부분 많아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19 17:06:0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9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최대 내년 1월9일까지 실사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M&A) 딜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빠르게 매각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이스타홀딩스와 최대한 리스크를 제거해 인수를 하려는 제주항공 사이에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제주항공은 오는 31일 이스타홀딩스와 SPA 체결을 하기로 우선 합의했다. 지난 18일 이사회 결의 및 양해각서(MOU) 체결을 마무리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내용에는 오는 31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실사를 오는 26일부터 2020년 1월9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연내 SPA 체결을 목표로 하지만 실사 과정이 길어질 경우 내년 1월9일 이후 SPA를 체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제주항공이 발 빠르게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협의를 마무리 한 상황이어서 SPA 체결은 예정대로 진행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미 양측간 MOU 체결을 한 만큼 딜이 9부 능선을 넘어 섰다. 큰 이변이 업는 한 예정된 695억원의 구주가격으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항공업계 및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딜 종료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스타홀딩스가 연내 딜 종료를 원하고 있지만, 실사 및 최종 가격 조정 등을 꼼꼼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제주항공의 요구가 있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 및 실적 악화 등 부실이 커진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실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 의견이 맞설 수 있는 지점은 결국 ‘연내 SPA 체결’과 ‘실사 기간 및 강도’로 압축된다. 이런 가운데 협상력 우위를 점한 곳은 제주항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은 이스타홀딩스가 먼저 제주항공에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계속된 완전자본잠식을 겪으며 자생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한 일본노선 실적 부진으로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 악화에 더해 실적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운전자본 부족에 빠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미래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시도 했지만 낮은 신용도로 인해 이마저 무산됐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이스타홀딩스는 사모펀드를 투자자로 맞아 경영 개선을 시도했다. 여러 곳의 사모펀드와 접촉해 구주 매각 및 신주 발행 등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가격 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딜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인 지앤에이(G&A)에서 만든 요약투자설명서(Teaser Memorandum)가 시장에 퍼졌다. '유상증자와 구주일부매출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시도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 구조의 매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경영환경은 더 악화했다. 잇따른 영업적자 및 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잠식은 더 악화했고, 시장성 차입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운전자본 부족도 심화했다. 이스타항공의 유동성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도 이를 돌파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스타홀딩스의 협상력이 줄어들고 제주항공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M&A의 키는 제주항공이 쥐고 있다. 제주항공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실사 범위 및 속도와 구주가격 조정, 향후 추가부실 우려에 대한 상호간 손해배상 한도 조정 등에 따라 딜 종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에 참여해 대규모 실사 경험이 있는 만큼 이스타항공 실사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에 대한 정밀한 평가와 항공기 운용리스 계약 등에서 그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연내 매각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주인수 뒤 신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때 처럼 제주항공이 예상치 못한 부실을 추가 발견해 막판 구주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경험해 본 만큼 정밀하게 이스타항공 실사를 펼칠 역량은 충분하다”며 “이스타항공이 비상장사인 만큼 실사 과정에서 그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추가 부실이 발견될 우려 등이 존재하고, 이 부분은 매각가 산정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 18일 공시한 대로 연내 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실사 일정을 내년까지 잡은 것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기간을 설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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