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사내이사 사임 왜 '롯데건설'일까 지주 편입 불완전, 캡티브 사업 부담…비전문 분야 감안한듯
최은진 기자공개 2020-01-09 08:24:24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7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2017년부터 역임한 롯데건설의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신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도 자리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책임 통감 차원이라는 게 그룹 측 공식입장이다.그러나 왜 롯데건설일까라는 점에 의문이 남는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지만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완전한 롯데지주 내 편입된 계열사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사내이사 유지가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롯데건설의 매출 일부분이 캡티브 물량인만큼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롯데건설은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신 회장은 사내이사로서의 등기임원은 물론 비상근 미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롯데건설 이사회에서도, 임원명부에서도 완전히 제외된다. 롯데건설이 롯데그룹 품에 안긴 후 오너일가가 이사회 및 임원명부에서 빠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회장이 롯데건설 임원명부에 이름을 올린건 2009년 그룹 부회장 시절부터다.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올라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이 비상근 미등기 임원으로 등극했다. 2년 뒤인 2011년 신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했지만 수년간 이 상태는 유지됐다. 그러다 2014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내려오고 2017년 신격호 명예회장까지 사임하면서 신 회장이 등기임원 및 사내이사로 등극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임기 2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임기만료가 2021년 3월로, 아직 1년여 남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사임한 데는 중대 결단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측은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 따른 책임 통감 차원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대법원은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사실을 뇌물요구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었다고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롯데그룹 공식입장에 따르면 신 회장은 구속을 피하긴 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 일부 계열사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맡겨 독립경영을 해보겠다는 얘기이다. 왜 하필 롯데건설일까에 대해서는 신 회장 개인의 결단인만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롯데지주의 완전한 지배력 아래 있지 않은 계열사라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이 43.79%, 호텔롯데가 43.0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0.59%가 전부다. 따라서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양대주주의 재무회계상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사실상 롯데지주의 지배력 하에 있지만 재무회계상으로는 완전한 종속기업으로서의 지배력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
신 회장이 사내이사로 겸직하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롯데건설이 유일하게 롯데지주가 최대주주 지위가 아니라는 점도 이러한 시각에 무게를 싣는다. 신 회장은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계열사를 제외하고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곳은 롯데건설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총 세곳이다. 롯데건설을 제외하고 모두 롯데지주가 최대주주이다.
신 회장이 책임 통감 차원에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기에 롯데건설이 가장 적합했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계열사 독립경영이라는 시대적 분위기 차원에서도 롯데건설의 등기임원 및 사내이사직을 신 회장이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건설의 매출 상당부분이 캡티브 물량이라는 점도 사내이사직 유지의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롯데건설이 기록한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 3조9500억원 중 약 16%인 6400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 개인이 보유한 롯데건설의 지분이 극히 적어 공정거래법상 문제될 게 없지만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회장의 전문분야가 유통이나 호텔과 같은 소비재인만큼 건설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낮아 전문경영인에 맡길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신동빈 회장의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에 전적으로 일임할 필요가 있었고, 또 굉장히 작은 계열사인만큼 사내이사직 사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공식적으로는 국정농단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책임 통감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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