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건설 ·호텔 발 뺀 진짜 이유는 '집행유예' 법 규정 따른 불가피한 행보…'배임 등 금고 이상 처벌시 부동산개발업 영위 금지'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21 14:50:5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에 이어 호텔롯데까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의 사내이사직 자진사임은 자발적 결단이었을까,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신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은만큼 시장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정지작업이란 말부터 독립경영에 대한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행보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설들이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측근들은 한결같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만큼 사업영위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계열사에서 어쩔 수 없이 내려왔다는 얘기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일자로 롯데건설과 호텔롯데의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두 계열사가 약 한달간 시간차를 두고 공시했던 터라 외부에 각각 따로따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직접 발표한 내용이 없어 그 배경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그룹의 공식 답변은 신 회장 사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아는 게 없다'는 것이다. 살짝 내비친 언질도 그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일 것'이란 추측성 답변이었다.
업계는 물론 시장은 신 회장의 계열사 사내이사의 연쇄사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앞두고 독립경영과 전문성 강화라는 시대적 경영 트렌드에 따른 조치라고 해석했다. 도덕성 문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자발적 결단의 결과라는 얘기다. 이러한 시장의 추측에 대해 그룹에서는 별다른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신 회장 측근들은 사임 배경에 대해 자발적 의지보다도 법규정에 따른 불가피 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실형은 면했지만 횡령 및 배임의 죄목이 인정되며 처벌이 이뤄진 셈이다.
부동산개발업법을 살펴보면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사유로 배임 등의 명목으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거나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를 꼽고 있다.
신 회장은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 사유가 생긴데다 집행유예 기간이기 때문에 부동산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롯데건설의 사내이사로 등기할 수 없는 셈이다.
호텔롯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 및 매매업을 등록해 놓고 있고, 실제 리조트 등 개발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관련 라이선스는 필수요건이다.
2018년 롯데리조트 속초 조성사업의 경우엔 호텔롯데가 인허가 주체였고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두 회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업적인 관계로 얽혀있는 셈이다. 롯데건설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이 배임으로 인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만큼 호텔롯데 사내이사직 사임도 불가피 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의 사내이사직에서 신 회장이 내려온 이유는 상장을 노린 포석이나 경영 트렌드에 발맞춘 자발적 결정이었다기 보다는 사업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법규정에 따른 결과였다고 해석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더욱이 일반법인의 상장기준에는 대표나 대주주의 횡령 및 배임과 같은 형사처벌 등 도덕성이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고위임원들이 유통 및 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에서 신 회장이 내려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언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롯데건설과 호텔롯데의 사내이사직 사임이 지난해 연말 동시에 이뤄졌는데, 최근 기준으로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등에선 신 회장이 여전히 등기임원 자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건설과 호텔롯데의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온 일은 그룹의 일원으로서 매우 민감한 일이지만 집행유예 관련해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어 불가피 했다"며 "그 외 유통 등의 계열사에서는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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