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정관에 새기는 '굿바이 서울' 정기주총 안건에 본점 변경 포함, 올 상반기 내 판교 이전…역삼동 본사 임대 계획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04 08:29:2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3: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정관의 본점 부분을 손질한다. 올해 상반기에 새로운 둥지로 이전할 예정이라 정관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경기도 시흥에 터를 잡고 탄생했다가 70년이 넘게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었는데 다시 경기도로 돌아가게 됐다.현재 본사로 활용하고 있는 역삼동 본사는 앞으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임대수입을 거둘 계획이다. 매각할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지만, 역삼동 본사가 알짜입지에 있는 만큼 외부에 매각할 경우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판교테크노밸리로 이전, 주총서 정관 변경 예정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했다. 의결 안건 중 제2호 의안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다. 이 의안에는 본점의 소재지를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정기주총 안건을 정했다. 마찬가지로 제2호 의안에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있다. 한국타이어처럼 본점의 소재지를 바꾸는 내용이다.
양사가 정관의 본점 부분을 손질하게 된 것은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현재 본점은 서울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7-15번지(테헤란로 133)에 있는 사옥인데, 약 4년 전부터 경기 성남 삼평동의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부지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내로 이전할 예정이라 정관 제3조 1항에 있는 본점 위치를 수정하게 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본사 이전은 올해 상반기 내로 이뤄질 계획"이라며 "이 때문에 정기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다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한국타이어는 2012년 9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타이어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곳으로 과거의 본점 역사를 살피기 위해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과거를 봐야 하는데 시작은 경기도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일제강점기이던 1941년 일본의 브리지스톤이 주도해 만든 조선다이야공업이 모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경기도 시흥군 동면 도림리 365번지에 본점을 뒀다.
그 후 1955년에 서울 성동구 신당동 224번지로 옮기며 새 출발을 했다. 이어 1957년에는 영등포구 신도림동 365번지로 이전했고, 1980년 4월에는 행정구역 변화로 구로구 신도림동 365로 변경됐다. 현재의 본사가 있는 테헤란로 시대를 연 것은 1992년이다. 같은 해 11월 역삼동 647-15번지로 옮겼다. 그 후 27년 넘게 테헤란로에 둥지를 틀고 있다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사업보고서에 소개한 연혁만 보면 1955년부터 서울에 진입했기 때문에, 올해 본점을 옮기게 되면 65년 만에 본점이 속한 행정 지역이 경기도로 바뀐다. 다만 사업보고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최초의 본점이 있었던 시흥군 동면 도림리는 1949년 서울로 편입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의 구로구 신도림동과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다. 이를 고려해 1949년부터로 따지면 71년 만에 본점이 속한 행정 지역이 경기도가 된 셈이다.
◇서울 역삼동 사옥 가치 2000억 웃돌아, 리모델링 후 임대 계획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상호가 '한국타이어제조'이던 1989년 12월 서울 역삼동 사옥 부지를 매입했다. 그 뒤 1992년 10월 현재의 건물을 준공했다. 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상호가 바뀌는 중에도 지속적으로 소유했다.
이번에 판교로 떠나게 되면서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사옥이 매물로 나올지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역삼동 사옥이 테헤란로에서도 워낙 알짜 입지에 있어 매물로 등장할 경우 부동산자산운용사를 비롯한 원매자들이 군침을 흘릴 만하다는 평가다.
가격도 최소 2000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권역(GBD)에서 3.3㎡(평)당최고가를 기록한 프라임급오피스빌딩은 2018년 8월에 매각된 삼성물산 서초사옥으로 3050만원이다. 최근에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옥의 바로 옆에 있는 현대해상 강남사옥이 매물로 나왔는데, 삼성물산 서초사옥의 기록을 깰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옥의 연면적에 3.3㎡당 3000만~3050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매각가는 2259억~2296억원으로 집계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작년 3분기말 유형자산 중 토지 장부가는 79억원, 건물은 141억원이다. 투자부동산의 장부가는 토지 182억원, 건물 88억원이다. 전부 더하면 491억원이다. 만약 역삼동 사옥을 매각한다면 유형자산의 부동산과 투자부동산의 장부가를 합한 금액의 4배 이상을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고, 현금성자산도 충분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에 역삼동 사옥을 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작년 3분기말 연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55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100억원이다.
차입금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작년 3분기말 차입금의존도는 2.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6%로 국내 타이어제조사뿐 아니라 대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실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역삼동 사옥을 외부에 처분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앞선 관계자는 "건물이 오래 전에 지어져 노후화한 상태라 올해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그후에 새로운 임차인들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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