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라스BX, 대표 후보자 ‘사퇴’…그룹 변화 물꼬트나 박정호 전무, 스스로 물러나…한국타이어그룹 '지배구조 혁신·주주 친화정책' 차원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27 11:30:0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1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BX)의 신임 대표이사가 될 예정이던 박정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아태중아부문장(전무)이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가 대표이사직을 고사하면서 아트라스BX는 최석모 상무가 이끄는 임시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아트라스BX는 조만간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자를 물색해 선임할 계획이다.박 전무가 스스로 후보자에서 물러나게 된 데는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조현식 부회장이 그룹 사상 처음으로 주주레터(서신)를 보내며 거버넌스 개선, 정도경영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긍정적인 변화가 탄력을 받아 타이어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박정호 전무, 자진사퇴…그룹 변화 트리거 되나
아트라스BX는 올해 1월6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의 대표이사이던 배호열 대표가 물러났다. 연구개발 담당 임원인 최석모 상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올라섰고, 올해 정기주총 때까지 임시로 회사를 이끌 예정이었다.
그 후 지난달 27일 주총소집결의를 공시할 때 박 전무와 배승용 아트라스BX 경영관리담당(상무보), 원종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전략혁신실장(상무)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 중 박 전무가 주총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등극할 계획이었다.
이달 19일 갑작스럽게 정정 공시를 내는 과정에서 박 전무가 사내이사 후보자에서 사라졌다. 이에 따라 아트라스BX가 이날 오전 10시 대전 대덕구에 소재한 본사 대강당에서 개최한 정기주총 안건에는 박 전무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박 전무는 조현범 사장이 재판을 받는 일련의 일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나 주요 주주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보다는 박 전무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밝힌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최근 그룹이 추진하는 변화의 바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행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사인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13일에 올해 들어 두 번째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 안건 중에는 '기업지배구조 및 정도경영 강화 방안'이 있었다. 한국타이어가 이사회에서 이런 내용을 논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어 이달 23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재무 건전성 향상 △경영 혁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주주 친화 경영 기조를 한층 강화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박 전무가 대표이사직을 고사하는 결정이 그룹의 긍정적인 변화에 일종의 트리거(trigger)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그룹 최고수뇌부에서 변화에 나서려 해도 경영진과 주요 임원들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전무가 스스로 퇴장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분위기를 일신하게 됐다. 또 다른 임원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사내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주총 후 이사회에서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올해 초 임시 대표가 된 최 상무 체제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른 시일 내에 신임 대표 후보자를 물색한 뒤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선임할 계획이다.
◇그룹 수뇌부 의지 강력, 타이어업계 변화 선도 '주목'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의 변화는 경영진이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사회 결정에 힘을 실어주면서 나타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의지도 작용했다.
이달 한국타이어가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주주에 보낸 서신에서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 명의로 보내진 서신에는 그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보기 힘들었던 강력한 자아비판이 담겼다.
서신에는 "최근 지속된 실적 하락에 대해서는 경영환경의 어려움만 탓할 수는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과거의 성과에 도취돼 현실에 안주하고 타이어산업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주서신의 주요 내용은 △경영혁신을 통해 실적 개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정도 경영 체계 강화다. 그간 시장에서 지적되던 배당, 브랜드로열티 등의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템포 빠르게 변화를 추진해 타이어업계의 새바람을 주도할지도 관심이다. 국내의 타이어제조사로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가 있다. 다른 자동차부품사들과는 달리 따로 협회를 구성하고 있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업계 부동의 1위인 한국테크놀리지그룹의 행보에 경쟁사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또 경쟁사 주주들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례를 거론하며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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