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마힌드라, '용두사미'된 쌍용차 M&A그룹 핵심인재 총출동 불구 정상화 실패, 정부 지원 기대는 처지로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07 09:05:32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 마힌드라(M&M, Mahindra & Mahindra)는 약 9년 반 전 쌍용자동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진정성을 갖고 국내의 미심쩍은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듬해 2월 쌍용차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마힌드라는 M&A를 통해 쌍용차가 강점을 가진 SUV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계획이었다. 그룹 내 최고 인재들을 쌍용차에 파견하면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쌍용차는 오히려 '국내용' 기업으로 변모했고 정상화는 마힌드라 인재들의 능력 밖 일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혼돈 속에 자금지원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결국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에 기대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쌍용차에 그룹 핵심 인재 총출동시킨 야심 찬 M&A…역량 한계 노출
마힌드라는 2010년 8월 법정관리에 있던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선례에다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탓에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마힌드라는 일각의 시선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했다. 자사를 소개하는 자료를 배포하면서 65년 역사를 가진 인도 10위권 재벌이자 자동차·농기계사업 등을 포함하는 거대 그룹임을 알렸다.
또 쌍용차 인수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큰 문제 없이 투입하면서 일각의 시선을 불식시켰다. 마힌드라는 2010년11월 쌍용차를 522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조건은 신주인수 4271억원, 회사채 인수 954억원 등으로 이뤄졌다. 인수자금은 마힌드라그룹의 자기자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어 그룹의 핵심 인재들을 대거 파견했다. 당시 마힌드라에서 자동차 및 농기계부문 사장을 맡고 있던 파완 쿠마 고엔카 사장이 쌍용차의 등기임원이 됐고,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는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마친 마힌드라그룹의 핵심 경영자였다. 여기에 마힌드라의 재무통들을 투입했다. 그룹 CFO 역할을 담당하던 바랏 도쉬 이사를 비상근 이사로 보냈다. 또 딜립 선다람 부사장이 쌍용차의 CFO인 경영지원부문장을 맡도록 했다.
이듬해에는 4명의 그룹 임원을 쌍용차에 더 투입했다. 헤만트시카 부사장을 구매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프라할라다 라크쉬미 나라얀라오 상무보는 상품기획담당이 됐다. 말리카비틸 람다스나이르 상무보는 생산본부에서 근무했다. 조이딥 모이트라 상무보는 수출담당 겸 수출1팀장이 됐다.
마힌드라는 약 9년 반 동안 쌍용차의 정상화를 위해 그룹의 핵심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파견했다. 가장 최근에 쌍용차에 합류한 임원으로는 CFO를 맡는 와수데브 툼베 부사장이 있다. 그를 포함해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투입한 그룹 임원은 총 14명이다.
인도 상위권 재벌에서 몸 담은 쟁쟁한 인재들을 야심 차게 총출동시켰지만, 쌍용차의 정상화는 그들에게 버거운 과제였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최대주주가 된 후 2016년에 반짝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나머지 해에는 매번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9년 반 전에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세웠던 거창한 계획은 지금으로서는 실현이 요원해졌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통해 글로벌 SUV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려 했다. 2002년 보급형 SUV인 '스콜피오'를 출시한 후 인도 내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늘렸지만 해외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힌드라가 인수한 뒤 쌍용차의 해외 판매는 오히려 줄었고, 국내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실상 내수기업이 됐다. 쌍용차의 국내 판매량은 2015년부터 해외 판매량을 넘었고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M&A 초기 세웠던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커녕 마힌드라와 쌍용차 양측에 모두 달갑지 않은 구조로 변모했다.
◇코로나19 혼돈 활용 산은 압박용 승부수…국내 진출 인도기업에 '독'될 수도
파완 쿠마 고엔카 사장은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5000억원 중 절반가량인 2300억원을 책임지겠다면서 KDB산업은행 등 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달 3일(현지 시각) 이사회를 열고 그간 밝혀왔던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최근 알려진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법인 'Mahindra & Mahindra Ltd'의 작년 반기(2019년4월1일부터 2019년9월 30일까지) 재무와 실적은 안정적이다. 매출은 4조2571억원, 영업이익은 5109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2%다. 자산총계는 8조9959억원이며 자본총계는 6조1965억원이다. 부채비율은 45%에 불과하다.
마힌드라가 호실적에다가 우량한 재무안정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변심한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다. 인도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 우려 등을 고려해 쌍용차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명분일 뿐 쌍용차 지원에 관해 협의하던 KDB산업은행 등 금융당국에 뼈아픈 수를 던졌다고 해석된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국내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KDB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여차하면 쌍용차를 손에서 놓을 수 있다는 일종의 '배수의 진' 카드로 풀이된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개서한을 통해 “쌍용차도 경영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쌍용차에 자금 지원에 나서면 마힌드라는 자기자금 투입은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한 지 1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당국의 지원이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상태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힌드라에 경영 책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마힌드라의 이번 행보로 인해 국내에 진출한 인도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 승부수다. 산업은행이 2018년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한국지엠은 외국계가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산업은행 역시 주주인 기업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경우 산업은행이 채권자인 곳으로 상황이 다르다. 경영 악화에 대한 주주의 책임 없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는다면 부정적 인식 확산이 불가피하고, 국내에 진출하거나 향후 진입할 인도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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